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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살을 더 먹었다. 나이를 의식하고 사는 편은 아니라 큰 감흥은 없지만, 친구들과의 대화를 생각해 보면 노화를 자각하게 된다. 음악을 비롯한 온갖 풍류를 소재로 밤을 지새우던 이들과 하는 이야기의 주된 주제가 어느새 건강이 됐다.

최신 음악의 동향을 논하던 때엔 알지도 못했던, 간수치와 혈당, 혈압 같은 것들이 등장하고 또한 모두가 알아듣는다. 주거 환경, 즉 부동산에 대한 근심도 빼놓을 수 없다. 어디가 얼마 올랐다더라류의 화제면 얼마나 좋겠냐만 현실은 그래도 거긴 싸다더라류가 전부다. 벌어 놓은 건 없고 생물학적 노화는 시작된 이들의 술자리다. 술마저 끊은 친구들을 보면 세월이란 영원할 것 같던, 남다른 청춘도 풍화시킴을 새삼 깨닫곤 한다. 육체가 풍화하는 대신 연륜이라든가 식견 등이 쌓이면 괜찮을 텐데, 알다시피 잘 늙는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지간하면 꼰대가 되기 십상이다.

관찰해온 바, 꼰대로 가는 으뜸의 징후가 있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어느 술자리에서 있던 일. 그렇잖아도 원래 제 말만 하기로 유명한 인물이 오랜만에 동석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누가 무슨 말을 하든 간에 필드의 지배자라도 된 것처럼 말을 끊고 끼어들었다. 하루 이틀 그런 모습을 본 게 아니다. 우리도 대처 요령이 생겼다. 남이 말하는 동안 손을 내민다든가, “그러니까~” “내가 있잖아~” 등의 문장이 등장할 때 과감히 무시하고 하던 말을 계속한다. 그리고 한 사람이 말을 끝내면 잽싸게 다른 사람이 받는다. 마치 스페인 축구팀의 티키타카 전술처럼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다. 대화 점유를 내주지 않자 그는 파할 때까지 안절부절못하며 온몸을 비틀었다. 주변에 그런 캐릭터가 그 한 명이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그런 사람들이 점점 늘어간다. 패스를 할 줄도 받을 줄도 모르고 오로지 ‘뻥축구’만 하는 선수들이 많아지면 경기가 재미있을 리가 없다.

태아가 외부와 소통하는 최초의, 그리고 유일한 수단은 듣기다. 태아는 달팽이관이 형성되는 4개월 반이 되기 전부터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양수의 진동을 통해서 말이다. 자궁에 빛이 없으므로 10개월 내내 보지 못한다. 탯줄로 영양을 공급받기에 먹지 못한다. 태아가 만질 수 있는 건 고작 태반의 벽일 뿐이다. 오직 듣는다.

그래서 옛 인디언 임신부들은 끊임없이 자연의 소리를 태아에게 들려주고 인디언의 이야기를 노랫가락으로 불러줬다. 소리로 상상하며 새로운 세상을 꿈꿨다. 그렇게 10개월 내내 소리로 태교를 받은 인디언 아이는 태어나서도 칭얼대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우리는 그렇게, 자궁 속에 있을 때부터 듣는 걸 통해 세상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너무 빨리 청각에 민감해진 탓일까. 가장 빨리 보수화가 되는 감각도 청각인 듯하다. 대부분 20대가 지나면 새로운 음악에 귀를 열지 않는다. 능동적으로 음악을 찾아 듣지 않고 들리는 음악만 듣는다. 혹은 그때까지 들었던 음악만 평생 들으며 산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데이비드 보위가 특별했던 이유는 일생에 걸쳐 새로운 해석과 시도로 무장한 신예들을 발굴하고 자기 음악에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끝까지 과거의 거장이 아닌 동시대에 머물 수 있던 이유이리라.

남의 말을 잘 듣는 것도 마찬가지다. 중학생부터 로타리클럽까지, 각계각층을 상대로 강연을 하며 전국을 누비는 친구가 있다. 그는 미리 강연 장소에 가곤 한다. 화장실이나 로비 등에 앉아 그들의 언어 습관을 캐치하여 강연 내용에 녹인다. 그러면 청중의 집중도뿐 아니라 자기 말의 밀도도 높아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남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이 자기 말도 잘한다.

나이를 먹으면 지갑은 열고 입은 닫으라는 금언이 있다. 끝없는 불황의 시대, 나이를 먹었다고 지갑이 두툼해지는 건 옛말이다. 그러니 귀라도 열자. 귀가 닫혀 있어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인간 유형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 이름 박근혜. 두렵지 않은가? 그러니 출생연도가 e메일 주소에 붙어 있는 게 스트레스가 될 무렵의 사람들은 더더욱 잘 듣는 수련을 해야 할 것이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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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