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초보운전 신세다. 길눈도 어둡고 겁도 많아 안 할 핑계를 찾다 보니 실력이 제자리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로드킬의 당사자가 될까봐서다. 시골길에서 새끼 고라니를 마주친 적이 있다. 워낙 저속운전이어서 다행히 고라니 앞에서 멈췄다. 내 차 앞에서 잔뜩 겁을 먹고 오도가도 못하는 새끼 고라니에게 차 안에서 세차게 손사래를 치면서 빌었다. ‘제발, 얼른 지나가 줘.’ 다행히 새끼 고라니는 산속으로 도망쳤다. 겨울이었으니 배가 고파서 내려왔을까, 엄마를 잃고 헤매고 있었을까. 그날 이후 자동차를 주차장에서 빼지 않았다.

그러다 주말마다 기숙사로 복귀하는 아이를 데려다 주느라 또 운전을 시작했다. 농촌의 지방도를 타면 로드킬 현장을 종종 마주한다. 겨울이 오기 전, 먹이활동을 하러 내려오는지 근래엔 너무 자주 로드킬을 보았다. 눈을 감아서는 안된다. 눈을 감는 순간 내 새끼가 위험해진다. 어떤 어미가 더 독한지를 겨루듯 선연한 핏자국들을 밟고 지나가기도 하고 가끔은 동물의 사체를 짓이기면서 지나가기도 한다. 그때마다 외마디 탄식이 저절로 나온다. ‘미안해! 제발, 내 차에만 부딪히지 말아줘!’

죽음은 연습이 없어서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차에 치여 죽은 동물들이 왜 이리 많을까 생각해 보니 당연한 결론이 내려진다. 산과 들에 도로가 뚫려서다. 자신들의 보금자리에 떡하니 도로가 놓이고 생존 공간이 단절되어 동물들은 접도구역까지 내려왔다 자동차라는 거대한 포식자에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시골에 이런 도로가 생겨서 내 새끼는 편하게 데려다 줄 수 있지만, 산속에서 새끼를 잃고 가슴을 뜯고 있을 어미가 어딘가 있을 것 같아 눈물이 난다. 하지만 새끼 잃은 어미 짐승에게 인간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일 뿐.

육계기업으로 유명한 하림그룹의 도축장 건립 논란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 8월, 안성시 양성면에 하루에 돼지 4000마리, 소 400마리를 도축할 수 있는 축산물종합처리장 및 도축장(LPC)과 육가공 설비, 체험관광시설 등을 갖춘 ‘축산식품산업단지’를 건립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림그룹은 2007년 양돈기업인 (주)선진을 인수하면서 도축장 건립을 계속 시도해왔다. 2010년에도 안성시에서 도축장 건립을 추진했으나 주민들과 축산업 관계자들의 격렬한 반대로 무산되었다. 그런데 이번엔 구체적인 승인단계까지 갔다. 민간사업이어서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이유다. 현재 안성시의회가 제동을 걸어놓은 상태이지만 조건만 갖춰진다면 대형 도축장 건립은 또 추진될 것이다. 축산농가의 반대 입장은 양돈과 한우도 육계처럼 기업형 수직계열화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주민들은 무엇보다 환경오염에 대한 걱정이 가장 크다. 또한 도축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도축장들의 경쟁이 더 심화되어 기존의 도축장 운영이 어려워진다는 이유도 있다. 찬성하는 측은 대기업이 진출하니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란 점을 든다.  

하지만 찬반 입장을 다 떠나 대형 도축장이 새로 지어지면 그만큼 도축되는 동물들이 많아질 것이다. 거대한 도축공장의 본전을 뽑으려면 공장은 쉬지 않고 돌아가야 한다. 그만큼 가축들은 더 많이 길러져야 하고 더 많이 죽게 될 것이다. 도로가 만들어져 무구한 동물들이 죽어나가는 로드킬처럼 말이다. 이미 인간은 동물을 너무 많이 죽이고 많이 먹고 있다. 멈출 수 없다면 적어도 더 이상 늘리지는 말아야 한다.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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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