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일본에서 사는 한국인을 위해 만든 법이 있다. ‘일본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향한 대응 추진에 관한 법률’이라는 긴 이름의 법이다. 약칭 ‘헤이트 스피치’ 대책법이라고 부른다. 그동안 일본의 극우 세력은 재일 한국인을 향해 ‘바퀴벌레를 내쫓아라’ ‘좋은 한국인이든, 나쁜 한국인이든 모두 죽여라’라는 증오 발언을 자행했다.

증오 발언은 재일 한국인을 일본 사회에서 배제하고 차별할 목적에서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다. 그래서 일본 국회는 증오 발언이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넘어 일본 사회를 찢어 버리는 해로운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래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그 해소를 위한 조치와 시책을 추진할 의무를 부과했다. 비록 형사처벌 조항은 없지만 공공영역에서 교육과 지원 그리고 사전적 규제를 의무화했다. 이처럼 일본 사회는 증오 발언의 사회적 해악에 인식을 같이했다.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의 박영수 특검 집 앞에서 열린 집회 연설에서 “목을 쳐야 한다”는 공개 발언이 있었다고 한다. 대한민국 공동체에 해악을 끼치는 극단적 증오 발언이다. 대한민국은 인간의 존엄성을 터전으로 섰다. 그리고 자유롭고 공정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국민들은 국기에 대한 맹세에서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할 것을 다짐한다. 공개 집회 연설에서 목을 쳐야 한다고 발언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이다. 목을 쳐야 하는 대한민국은 없다. 이른바 보수이든, 진보이든 이런 발언을 허용해서는 안된다. 어느 쪽의 세력이든, 그러한 발언에 대해서는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민들이 강력히 맞서야 한다.

목을 치자는 공개 발언은 국가 안보를 매우 위태롭게 한다. 대한민국은 정체성을 지킬 주권이 있는데 그 힘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국민이 지키지 않으면 주권은 바로 쓰러질 고목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국민통합이 안보이다. 국민을 분열시키고, 일부를 배제시키고, 차별하는 행위야말로 안보의 적이다.

이번 발언은 우발적이지 않다. 국민의 일부를 ‘비국민’으로 만들어 사회에서 배제하고 차별하고 억압하고 제거하는 것은 식민지 잔재이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조선인을 ‘불령선인’으로 낙인찍어 조선 사회에서 배제시키고 처단했다. 식민지였으므로 조선 사람들이 스스로 국회에서 법률을 만들어 불령선인법을 제정한 것이 아님은 당연하다. 일본 제국주의에 의하여 삼천리 방방곡곡의 지역 사회는 갈기갈기 찢겼다. 공포와 분열의 시대였다. 한 사회가 내부 구성원의 일부를 비구성원화하고 처단하는 처참한 역사였다. 한국전쟁 시기의 한반도 전역에서 자행된 학살은 참혹했다.

2017년인 지금, 대한민국 공동체의 일부를 비국민화하려는 그 어떠한 시도도 용납해서는 안된다. 형법상 협박죄에 이를 증오 발언에 대해서는 입건해서 수사해야 한다. 협박죄는 협박 상대방이 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면 성립한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최소한 일본이 재일 한국인을 위하여 그랬듯이 내부 구성원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증오 발언이 얼마나 사회 통합에 해로운지, 이른바 보수와 진보를 떠나 공통으로 인식해야 한다.

증오 발언 대책법을 제정해서 증오 발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중요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더 근본적으로 남과 북은 사형제를 동시에 폐지해야 한다. 일본 식민지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형성된 비국민화에 대한 트라우마가 아직 크다. 불령선인화와 비국민화가 곧 죽음이요, 학살이었던 고통이 너무 처참했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선 인간의 존엄성에 기초한 정치공동체를 한반도에서 뿌리내리기는 매우 어렵다.

이제 더 이상 국가 또는 그 아류로부터 죽임을 당하지 않는 곳이 되어야 한다. 이런 안도와 안심의 메시지를 남과 북 모든 생명체의 저 깊은 무의식의 세계로 송신해야 한다.

송기호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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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