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몫’이란 단어는 신비하다. 내게 맡겨진 절체절명의 임무이자 나만이 할 수 있고, 나의 개성이 마음껏 드러나는 어떤 것이다. 글자 모양으로 보아, 한글인 것 같고 추측하자면 ‘목숨’을 줄여서 간단하게 표현한 말인 것 같다. ‘몫’이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자신의 일생을 통해 추적해보고, 만일 그것을 발견한다면 정말 행복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바칠 수 있는 과업이 아닐까? 나의 몫은 무엇인가? 내게 맡겨진 고유한 몫이 무엇인지 모르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에게 유일한 몫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일정한 교육을 받고 자신의 힘으로 사고할 능력이 생기면 자기 스스로에게 만족할 만한 일이 무엇인지 묻기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이것을 위해 배움의 길에 들어선다. 학교에선 우리하곤 상관없는 남 이야기만을 학습하기만 한다. 오늘날 미국을 정신적으로 독립시킨 19세기 사상가 랄프 왈도 에머슨은 “남을 부러워하는 것은 무식이며 흉내 내는 것은 자살행위다”라고 덤덤하게 말한다.

인류는 이 몫을 추구하고 소중하게 여김으로써 문명을 구축했다. 기원전 3100년 아프리카 북동부 나일강을 중심으로 인류 최초의 문명이 등장했다. 이집트 문명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이 세상의 삶은 잠시라고 생각했다. 특히 파라오들은 죽은 후에 영원히 거주할 안식처를 건축하기 시작했다. 사후세계가 있다고 가정하는 인간의 상상력이 문명을 탄생시켰다. 기원전 2650년경 이집트 고왕국시대 파라오인 쿠푸는 자신이 영원히 안식할 피라미드 건설을 주문했다.

피라미드 건축의 총괄 책임자는 임호텝이다. 그는 재상이면서 수학자였다. 임호텝은 이집트 전역에서 하얀 석회암을 나일강을 이용해 배에 싣고 와 피라미드를 지었다. 오늘날 이집트 기자에 우뚝 선 세 개의 피라미드 중 중간에 있는 가장 높은 피라미드가 임호텝이 쿠푸왕을 위해 지은 것이다. 이 피라미드의 원래 높이는 147m, 정사각형 밑단은 230m이고 흰색 석회암 230만개가 사용됐다. 지금은 세월에 의해 빛이 바랬지만, 당시에는 강렬한 햇빛에 눈부시게 빛나는 거대한 보석과 같은 피라미드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을 것이다.


어떻게 이 피라미드는 4600년이 지난 지금도 원래 그 모습대로 서있는 것일까? 피라미드 앞에서 편안히 앉아 있는 스핑크스는 그런 질문을 하는 인간을 응시하고 있다. 기원전 3200년경 처음으로 문자와 도시를 만들어 문명을 구축한 이집트인들은 나일강 상류에 거주하던 누비아와 에티오피아에서 건너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건물을 지을 때 그 중심에 타조 깃털을 놓고 의례를 행하곤 했다. 이집트어 성각문자에서 타조 깃털 모양을 ‘마아트’라고 발음한다. ‘마아트’란 흔히 ‘정의, 진리, 조화, 질서, 법’ 등으로 번역된다. 유교의 도(道)나 힌두교의 르타(rta)처럼 우주 삼라만상의 운행 원칙과 같은 철학적인 개념이다.

임호텝은 울퉁불퉁한 모래사장 위에 하얀색 석회암을 230만개 올릴 셈이다. 이 바위들이 무너지지 않고 영원히 건재하게 하기 위한 중요한 의식이 있다. 바로 타조 깃털인 ‘마아트’를 그 무게 중심을 찾아 정확하고도 단호하게 놓는 의례다. ‘마아트’란 정사각형의 중심이 아니라 주어진 지형에서 가장 적당한 최적의 장소다. 임호텝이 발견한 그 유일한 장소는 230만개 바위들을 충분히 지탱할 수 있는 역동적인 오메가 포인트다.

마아트는 피라미드 건축의 핵심일 뿐 아니라 인간 삶의 궁극적인 비밀이다. 고대 이집트의 <사자의 서>는 사람이 죽은 후 영원한 사후세계에 진입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를 묘사한 책이다. 기원전 13세기 이집트 파라오 세티 1세의 가축들을 관리하던 고관 휴네페르는 자신이 죽은 후 지하세계에 내려가 받는 심판과정을 정교하게 그렸다. 그는 자칼 머리를 한 시체 방부처리를 관장하는 신인 아누비스에 이끌려 심판대로 간다. 심판대의 오른편에선 문자의 신인 토트가 휴네페르가 살아생전에 한 생각, 말, 행동을 기록한 생명 책을 들고 읽고 있다. 토트신 밑에는 휴네페르를 잡아 먹으려는 괴물 암무트가 웅크리고 앉아 있다.

가장 중요한 장면은 휴네페르와 토트신 사이에 있는 천칭이다. 천칭의 오른쪽 그릇에는 ‘마아트’가 올려져 있고 왼쪽 그릇에는 휴네페르의 심장이 올려져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심장에 그 사람의 모든 행위가 기록돼 있다고 생각했다. ‘마아트’와 ‘심장’이 저울질을 할 동안 휴네페르는 특별한 고백을 암송해야 한다. 이 고백은 42가지 부정 고백으로 “나는 죄를 짓지 않았습니다” “나는 폭력으로 강도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훔치지 않았습니다” 등이다. 자신이 생전에 해야 할 운명적인 일을 찾으려면 우선 자신이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자신에게 부차적인 일을 잘라내야 한다. 42가지를 암송하는 동안 ‘마아트’와 ‘심장’이 평형을 이뤄야 한다.

신이 휴네페르에게 물어본 내용은 열심히 일해 돈을 벌었느냐, 훌륭한 정치가가 되었느냐, 명예를 가졌느냐와 같은 것이 아니다. “당신은 자신이 꼭 행해야 할 마아트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생각해 보았다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저절로 목숨을 바칠 정도로 몰입했는가?” ‘마아트’는 나에게 유일무이한 나의 몫이다. 당신의 마아트는 무엇입니까?


배철현 |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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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