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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현역의원들의 공천탈락이 이어지고 있다. 물갈이라는 면에서는 더민주가 다른 정당들에 앞서고 있다. 그 결과 더민주가 선거에서 선전할 가능성이 뚜렷이 높아졌는가? 그렇게만 보이지 않는다. 물갈이가 선거승리를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갈이를 통해 드러나는 정치적 지향과 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판단이 더 중요하다.

여기에는 두 가지가 관건이다. 물갈이를 통해 만들어진 정치공간을 새로운 야당에 부합하는 인물들로 채워야 한다. 그리고 이를 분열된 야당들의 연대로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우선 인물교체라는 면에서 방향이 불분명하다. 물갈이가 지지층의 적극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물갈이의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더민주가 자신의 정책노선을 명확하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더 크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 체제가 출범한 이후 반복된 당의 정체성과 관련한 논란들이 혼란을 더 키웠다. 최근에도 테러방지법을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를 안보프레임으로 폄훼하는 발언이 나왔음에도 이렇다 할 해명도 없이 넘어갔다.

남북관계가 심각한 위기로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변변한 대응을 못 하고 야당의 기존 정책에 주된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보였던 사람도 등장했다. 당의 정체성에 여러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일부 개인적으로 능력과 신망이 있는 인물들을 공천하더라도 이는 그들의 개인적인 인기를 활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물갈이가 제대로 된 혁신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남은 지역구 전략공천이나 비례대표 공천이 야당의 정체성을 흔들고 여전히 계파 이익을 앞세우는 방향으로 진행되면, 사태는 더 악화될 수 있다. 공천탈락자들의 반발이 명분을 얻고 물갈이가 야당의 선거동력을 강화하기는커녕 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야권연대를 대하는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현재 수도권에서 ‘일여다야’ 구도가 만들어지는 지역이 점차 증가하면서 총선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조짐이 보인다. 야권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연대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대부분의 지지세력이 동의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를 실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지지세력들의 의지를 모으고 현실에 부합하는 방법을 제시할 때만 가능성이 열린다. 단기적인 정치이익에 따라 추진할 경우 그 실현가능성은 더 떨어진다.

지난주 관심을 모았던 김종인 대표의 통합론은 목적이 통합에 있기보다 국민의당 흔들기에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현실성이 낮은 통합을 먼저 내걸었을 뿐만 아니라, 그것도 국민의당 지도부 중 일부를 빼 오는 방식으로 제안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내의 안철수 의원 등은 이에 연대부정론으로 맞서며 야권의 선거연대는 더 어려워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발언 _경향DB

야권 분열은 심각하지만 그 부정적 영향을 줄이고 총선에서 야권 승리의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 지금 호남에서의 경쟁은 지지층에 부정적인 현상으로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비호남 지역에서는 정당간 세력의 차이로 야권이 전면적인 분열로 나아가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비호남지역, 특히 수도권 지역의 선거연대만으로도 이번 선거에서 야권 중 누가 수권야당으로서의 자격을 더 갖고 있는가를 둘러싼 경쟁을 전개하는 동시에 통합에 값하는 정치적 효과를 낼 수 있다. 야권은 시급히 비현실적인 통합론과 무책임한 연대부정론의 대립을 해소하고 실현가능한 연대 방식에 대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에서 외부의 훈수가 현실정치의 벽을 넘기는 힘들다. 야권 지지층도 어떻게든 선거에서 승리만 하면 좋겠다는 절박함으로 당선 가능성이 더 높은 세력을 밀어줄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현실론으로 기울어질 수도 있다.

여권의 독주를 저지하기 위한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총선 자체의 승리 여부만이 아니라 야권이 앞으로 어떤 길을 갈 것인가도 심판대에 올라 있다. 당면한 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이유로 야당 내의 정체성 혼란과 계파적 행동의 득세를 방조하면 야권과 야당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선거승리와도 멀어질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퇴행을 더욱 더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야권이 제대로 된 혁신의 길을 가도록 감독하고 채찍질하는 것이 여전히, 더 중요하다.


이남주 |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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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