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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란 선배가 근사한 저녁 식사를 사겠다고 이야기했을 때, 나는 이번에 또 내가 진급 심사에서 떨어져서 위로하려는 것이라고 미리부터 짐작했다.

“정말 미안해. 내가 너를 이 바닥에 끌어들였는데. 이렇게 ‘헬센서’가 통째로 망하는 판이니까, 진짜 도리가 없네. 3년 전만 같았어봐. 너 정도면 벌써 한참 위 직급일 텐데.”

짐작대로였다.

“괜찮아요. 안 잘리고 회사 오래 다닐 수 있으면 됐죠. 정리해고된 사람도 많은데요, 뭘.”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그래도, 예전에는 헬센서 직원이면 곧 갑부될 줄 알았던 사람도 많았잖냐.”

영란 선배는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듯이 헬센서 사업이 번창하던 시절을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도 그 시절을 대강은 알고 있다. 집 안 곳곳에 온갖 센서와 카메라를 달아 놓고, 집 안에 뭐가 있는지,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컴퓨터가 지켜보게 하면서, 건강에 나쁠만한 일은 사람에게 알려준다는 상품은 시작부터 괜찮게 팔려 나갔다. 성능도 봐줄 만했다. 창문 바깥에서 스며드는 매연을 감지해서 알려주거나, 해로운 독한 세제 냄새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주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의 움직이는 영상을 인공지능이 인식해서 무슨 음식을 먹고 있는지, 잠은 얼마나 편안하게 자는지까지 해석해 주었으니, 신기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 건강관리용 센서를 달아 놓고 인공지능으로 관리하는 것을 업계에서는 ‘웰빙 하우스’라고들 불렀는데, 우리 회사는 헬스라는 말과 센서라는 말을 합쳐서 헬센서라는 제품명으로 팔았다. 다른 회사들도 비슷했다. 헬시스, 헬스페이스, 헬AI, 헬컴, 그런 이름들이 유행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웰빙 하우스에서 관리해 준다는 항목의 가짓수는 늘어났고, 달아준다는 센서의 숫자도 점점 더 늘어났다.

무엇보다 발암 물질을 감지해주는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았다. 센서가 페인트에서 나오는 벤젠이 있을 가능성을 감지하면 백혈병 위험이 있다고 알렸다. 센서가 금속제 가구의 불순물로 카드뮴이 있을 가능성을 감지하면 전립선암 위험이 있다고 알렸다. 센서가 창밖 매연에 디젤 배기가스가 있을 가능성을 감지하면 방광암 가능성이 있다고 알렸다. 튀김을 먹으면 무슨 암, 고기를 먹으면 무슨 암, 담배 연기가 감지되면 무슨 암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알렸다. 따사로운 오후 햇살을 받고 있으면 피부암 가능성을 높인다고 알렸고, 고소한 고등어구이 냄새가 나면 미세먼지가 폐암을 일으킬 가능성을 높인다고 알렸다. 암이라는 말, 얼마나 무겁게 들리는가? 그 무게와 부담감은 그대로 지갑에서 돈을 빨아 당기는 블랙홀 같았다. 한 세대 전에 보험업계가 암으로 잔치를 벌이던 그 꿀단지 같은 사업에, 전자업계가 몰려들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이것이 명예로운 사업이라고 생각했다. 최소한 그때는 그렇게 믿었다. 실제로 우리 회사 제품으로 사람들이 더 건강해지고 있었다. 조금 더 병원에 돈을 쓰고, 조금 더 암에 걸린 것은 아닐까 걱정하며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는 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 제품 때문에 생명을 건지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것은 분명히 좋은 일이었다. 나 스스로 “과로는 간 건강을 해칩니다”라는 경고를 맨날 컴퓨터에서 보면서도 밤낮으로 일에 매달린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돈을 더 벌고 싶었던 업계 사람들은 점점 더 센서 감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더 겁에 질려 병원을 자주 찾게 하고, 신제품을 많이 팔수록 들어오는 돈이 더 많아지는 것을 본 회사들이 사소한 일에도 경보를 울리도록 프로그램을 바꾼 것이다. 잡다한 센서를 점점 더 많이 설치하게 만들기도 했다. 온갖 사소한 일에도 “암에 걸릴 수 있습니다”라고 무작정 울어대는 센서를 100개, 200개씩 잔뜩 달아 놓고, “다른 회사 제품은 센서 숫자가 적어서 우리 회사 제품이 잡는 위험을 다 놓치고 있다”고 하면서 그게 더 좋은 거라고 선전하는 회사들도 나타났다.

그렇게 되면서 업계는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센서들이 고장을 일으키기 시작하자 무너지는 것은 걷잡을 수 없었다. 센서도 기계인 이상 낡으면 고장 날 수밖에 없었는데, 집 안에 몇 백개씩 센서를 달아 놓으니 한 몇 년 지나고 나자 그중 매일 한두 개씩은 계속 교체해야 했다. 어떤 얼간이는 “이제 AS 비용도 계속 벌 수 있겠다”면서 좋아했지만, 매일 센서 수리공을 집에 들여야 하고 하루에 세 번씩 “너 암 걸린다”고 하는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웰빙 하우스는 한때의 열풍으로 지나갔다. 우리 회사는 이제 훨씬 더 정확한 센서로 꼭 필요한 위험만을 알려주고, 더 튼튼한 설계로 고장도 아주 적은 제품을 만들었지만, 아무리 광고를 해도 사람들은 업계 전체를 믿지 않는다. 그저 순간의 열기로 돈 벌어 먹으려고 하던 조잡한 사기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자, 한잔 하라고. 정말 미안해.”

당장 나조차 마찬가지였다. 영란 선배가 술을 따라 주었을 때, “과도한 음주는 위암 가능성을 높입니다”라는 경고 메시지가 전화기에 표시되었지만, 나는 그 잔을 단번에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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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 장치가 통제하는 주거환경 관리 체계, 건강 관리 체계 등은 많은 IT 기기의 복합적인 연결을 바탕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때 기기 하나가 고장 날 확률이 일정하다고 하면, 기기의 개수가 늘어나고, 기기 간의 연결이 늘어날수록, 체계가 오류를 가질 확률은 점점 더 커지게 된다.

따라서 미래의 자동화 체계에 대해서는 전시회장에서 한눈에 선보일 수 있는 화려한 성능보다는, “그 성능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오래 지속될 수 있는가?”라는 보이지 않는 측면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다.

또한 이러한 유지 보수의 문제를 더 깊이 통찰할 수 있는 안목은 미래 사회의 중요한 덕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곽재식 화학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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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