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의 햇살은 반쯤 누워오는 것 같다

반공일처럼

반쯤 놀다 오는 것 같다

종달새한테도 반쯤 울어라 헤살 부리는 것 같다

 

반쯤 오다 머문 데

나는 거기부터 햇살을 지고 나르자

 

반쯤은 내가 채우러 갈 토요일 오후의 외출.

 - 고운기(1961~)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토요일이 반공일이던 때가 있었다. 오전만 일해도 얼마나 여유가 있었던가. 빡빡한 일상, 정신없는 날들이지만, 토요일은 일도 반만 하고 공부도 반만 하고 생각도 반만 하고 고민도 반만 해도 되는 날이었다. 출근 복장도 반이면 되니까 넥타이 풀고 티셔츠에 운동화면 된다.

토요일 오전 시간은 오후에 대한 기대로 헐렁헐렁해진다. 초침과 초침 사이는 넓어지고 그 사이는 무엇을 할까 쓸모없어도 자유로운 생각들로 가득 찬다. 인생은 한없이 긴 것 같고, 세상은 넓은 것 같고,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곳은 많아진다. 막상 오후가 되면 하릴없이 방바닥을 구르기가 십상이지만, 그래도 아직 놀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아서 생각으로는 하루에 여러 곳을 여행하고 여러 친구들을 만나고 많은 계획들을 실행에 옮긴다.

온종일보다 길고 여유로웠던 반나절. 오후 내내 놀아도 아직 반이나 남아 있던 반나절. 한 주에 가장 힘든 월요일도 견디게 하는 반공일. 주 5일 근무를 하면서 시간은 더 많아졌건만 오히려 시간에 더 쫓기는 것 같다. 그 여유롭던 반은 어디로 갔을까.

김기택 | 시인·경희사이버대 교수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일반 칼럼 > 경향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먼 여인  (0) 2017.06.05
아침 똥  (0) 2017.05.29
반쯤  (0) 2017.05.22
버릇  (0) 2017.05.15
걷는다  (0) 2017.05.08
망가진 침대  (0) 2017.05.02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