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깔사탕 빨아먹다 흘릴 때면 주위부터 두리번거렸습니다 물론, 지켜보는 사람 없으면 혀끝으로 대충 닦아 입속에 다시 넣었구요

그 촌뜨기인 제가 출세하여 호텔 커피숍에서 첨으로 선을 봤더랬습니다 제목도 야릇한 첼로 음악을 신청할 줄 아는 우아한 숙녀와 말이에요 그런데 제가 그만 손등에 커피를 흘리고 말았습니다 손이 무지하게 떨렸거든요

그녀가 얼른 내민 냅킨이 코앞까지 왔지만서도 그보다 빠른 것은 제 혓바닥이었습니다

 - 박성우(1971~ )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이렇게 귀여운 촌스러움이라면 좀 떳떳하게 촌스러워도 되지 않을까. 두메산골 고향은 그리워도 왜 촌스러운 것은 부끄러울까. 한국인인 건 자랑스러워도 왜 촌스러운 건 숨기고 싶을까. 왜 세련되지 못해서 안달했을까. 패션도 디자인도 유행도 성형도 촌스러움을 잘 가릴수록 비싸다. 내가 나처럼 안 보여야, 그래서 어느 나라 사람인지 잘 몰라야, 가격은 높아진다.

하지만 그 촌스러움은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 있는/ 여름 산 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서정주, ‘무등을 보며’) 아닌가. 아무렴, 우리 음식의 깊은 맛과 우리 사투리의 구수한 깊이를 다 알고 있는 그 날렵한 혓바닥을 일회용 냅킨에 비할 수는 없지. 참 용하기도 하다, 그 혓바닥. 모두가 열심히 숨기고 가리는 이 촌스러움의 매력을 이토록 유쾌하게 터뜨리다니.

김기택 | 시인·경희사이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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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