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와 혀가 튀어나오고

긴 꼬리가 스멀거리고

까맣게 부릅뜬 눈동자가 굴러 나와

알을 낳고

올챙이와 민들레로 피어나고

뱀으로 자라나고

수많은 꽃잎으로 퐁퐁퐁 터지는 구멍

강아지가 킁킁거리며

파헤칠 때

포르릉 뛰며 달아나는 아지랑이와 나비

목구멍이 간지러운 구멍

벌컥벌컥 달빛을 받아 마시는 구멍

빛이 먹고 싶었던 구멍

홀로 어두웠던 구멍

텃밭 가득

온몸이 간지러워 미칠 것 같았던 구멍

더 깊은 지하를 깨우는 구멍

혀뿌리까지 깨어난 구멍은

아주 오랫동안

잠들지 못할 것입니다

 - 장인수(1968~ )

봄에는 허파에서 밀어 올리는 숨이 힘차서 콧구멍까지도 넓어지는 것 같다. 그 숨을 감당하느라 심장도 빨라지는 것 같다. 관절은 왜 운동을 하지 않느냐며 우두둑 소리를 낸다. 땀이 나오려고 자꾸 피부를 간질인다. 봄은 겨울 동안 막혀 있던 구멍들이 뚫리고 열려서 마음껏 활동하는 놀이판이다. 그 구멍으로 간지러워 긁는 소리가 나오고 생명이 뿜어내는 비린내와 향기가 나온다. 구멍이 좁다고 꽃은 폭발하고 잎은 터진다. 올챙이는 우글거리고 기지개는 가팔라진다.

봄이 온 줄도 모르고 아스팔트와 시멘트는 여전히 흙을 눌러 구멍을 막고 있다. 고층빌딩이나 아파트 앞 작은 화단에서는 수많은 구멍들이 주둥이를 내놓고 숨 쉬려고 난리다. 보도에서는 풀들이 보도블록을 밀어올리고 그 사이로 비집고 나오려고 들썩인다. 봄에 산을 오르는 일은 몸에 세포에 구멍을 뚫어주는 일이다. 꽃구경은 감정에 구멍을 뚫어주는 일이다. 산과 나무와 꽃에는 숨구멍 마음구멍이 천지이다.

김기택 | 시인·경희사이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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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