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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급격하게 은퇴하고 있는 1차 베이비붐 세대(1세대)는 어려서 가난을 경험했지만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을 몸소 체득한 세대입니다. 그들은 그저 열심히 일만 하면 큰 어려움 없이 나름의 성취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유일하게 아쉬워했던 것이 배움의 부족이었기 때문에 자식들에게 스펙을 갖추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들의 높은 교육열로 말미암아 이제 40대에 이른 그들의 자식들(2세대)은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출 수 있었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대부분 비정규직 일자리였습니다.

정보화와 세계화의 물결은 무서웠습니다. 정보기술이 발달할수록 일자리가 줄어드는 ‘테크놀로지 실업’의 시대가 되다보니 소프트웨어 하나만으로도 수많은 일자리가 한꺼번에 날아가기 시작하면서 중산층이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출처: 경향신문 DB


아직 부모세대의 재력에 힘입어 억지로 버티고 있는 2세대는 멋모르고 낳아놓은 10대 이하의 자식(3세대)에게는 충고해줄 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공 경험조차 없는 데다 미래마저 예측할 수 없으니 심리적인 안정을 취할 수가 없습니다. 

점차 부모들의 밑천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니 부모들의 노후부터가 걱정입니다. 그야말로 3세대 모두 동반 몰락할 위기가 닥쳐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국 사회에는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옥시,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구의역 참사, ‘우병우 블랙홀’ 등이 연이어 터져서 우리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철학자 허경 박사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길밖의길)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일련의) 사건에서 실로 이해되지 않는 것은 그러한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러한 일이 전 국민적이고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늘 일어났던” 이런 일들은 “이전에는 결코 이슈가 되지 않은 채 ‘피해자만 억울한 일’로 지나가 버리”면 그만이었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하나만으로도 페미니즘 서적의 득세를 이루게 만들었습니다. “중동의 이슬람이나 아프리카의 정말 지지리도 못사는 후진국이 아닌 한국 정도의 교육과 경제 수준을 가진 나라, 이른바 OECD 국가 중에 한국 사회 같은 성차별 국가가 있는가?”란 질문이 나올 정도이니 자연스럽게 그리 되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메르스 사태를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 <부산행>이 1100만 관객을 넘겼고,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게 만드는 영화 <터널>은 벌써 500만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젊은이들은 입을 모아 ‘헬조선’과 ‘금(흙)수저’를 노래 불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산업화와 민주화 양자에 성공한 거의 유일한 나라”인 부강한 대한민국이 ‘헬조선’으로 불리는 것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으셨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헬조선’ 담론을 정면 겨냥해 이것은 “잘못된 풍조”이자 심지어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비하하는 신조어”로 규정하셨겠지요.

허 박사는 말합니다. “대한민국이 헬조선이라는 말이 상당수의 국민들, 특히 젊은이들에게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그들이 바보거나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현실이 어떤 논리와 수사로도 정당화되기 어려운 불합리한 불평등구조를 실제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요. 

청와대에서 송로버섯과 샥스핀으로 만찬을 즐기는 분들도 모두 알고 계시겠지만 “21세기의 대한민국이 유사한 경제적 수준에 도달한 국가들 중 분배의 불평등과 복지의 미비에서 인류 역사상 유례 없는 최악의 기록을 세우며 홀로 나아가고” 있으니 ‘헬조선’이라 불리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요?

허 박사는 대한민국이 ‘헤이븐조선’이 아니라 ‘헬조선’이 된 이유는 대한민국이 이견의 여지없이 산업화와 민주화 양자 모두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산업화’가 성공하지 못했다면 대한민국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기아선상에 허덕이는 많은 불행한 나라들처럼 그냥 ‘헬’이지 ‘헬조선’이란 말이 따로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지요. 

2016년의 대한민국은 못사는 나라가 결코 아니며, 폭압적인 독재국가도 아닙니다. 나라는 잘살고 민주주의는 나름으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평범한 시민인 나의 삶은 너무 힘들고 너무도 억울한 일투성이며 오히려 전보다 못해졌습니다.

그런데도 윗세대는 오히려 ‘감사할 줄 알아라, 눈을 낮춰라’라고 말합니다. 사회 전 분야는 나름의 방식으로 고루 발전했지만 정치만 유일하게 후진적입니다. 이 때문에 “나의 정당한 몫”을 요구하는 젊은이들이 ‘헬조선’ 같은 말로 언론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까지 장악했습니다.

“세월호는 이미 그 자체로 헬조선의 축약도”였습니다. “아무 대책도 없이 가라앉는 헬조선, 자기들은 빠져나가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을 해대는 헬조선에서, 우리는 가만히 있으면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확실히 학습”했습니다. 

허 박사는 대한민국의 지배담론이 통치자 담론에서 피통치자 중심 담론으로, 가해자 담론에서 피해자 혹은 사회적 약자 중심 담론으로 변화했다고 말합니다. 주체로 거듭난 피해자들은 이제 “어떻게 더 이상 이런 식으로 통치당하지 않을 것인가”를 강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민심이자 천심입니다. 그러니 제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의 신상에서 어떻게든 결점을 찾아내 악의에 찬 인신공격을 해대는 ‘물타기’부터 멈추시기 바랍니다. 

추악한 부하 한 사람을 지키려고 국민을 버리지 말아주십시오. ‘헬조선’에서 허덕이는 99.9%의 국민을 위해 단 한 번만이라도 마음을 돌려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한기호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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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