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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숨길 필요 없는

가까운 벗 나의

온갖 부끄러움 속속들이 아는 친구

또 한 명이 떠나갔다 그렇다면

나의 부끄러움 그만큼 가려지고

가려진 만큼 줄어들었나

아니다

이제는 그가 알고 있던 몫까지

나 혼자 간직하게 되었다

내 몫의 부끄러움만 오히려 그만큼

늘어난 셈이다

기억의 핏줄 속을 흐르며

눈감아도 망막에 떠오르는

침묵해도 귓속에 들려오는 그리고

지워버릴 수 없는

부끄러움이 속으로 쌓여

나이테를 늘리며

하루 또 하루

나를 살아가게 하는가

 - 김광규(1941~ )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나이 들수록 남에게 잘못한 것, 내 양심에 거스른 것, 후회할 일들은 점점 커지는 거구나.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져서 나를 누르고 숨통을 조이는 거구나. 남에게 다 털어놓아서, 손찌검 받아서, 반성하고 후회해서 내게서 떠나보낸 것들이야 점점 잊히겠지만, 용케 잘 감추고 아닌 척했던 잘못들과 온갖 음흉한 생각들은 점점 자라나서, 이젠 감출 만큼 감추고 속일 만큼 속였으니 제발 마음속에서 해방시켜 달라고, 나를 괴롭히겠구나. 그러니 이 추하고 흉측한 비밀을 어디에 어떻게 쌓아둔단 말인가.

욕먹으면 그 당시엔 괴롭지만 매 먼저 맞은 사람처럼 마음은 개운해지는 것, 좋은 소리 많이 들으면 잠시 기분은 좋아지지만 갈수록 마음은 무거워지는 것, 다 이유가 있었구나. 존경 받고 칭찬 많이 들은 사람은, 그 존경과 칭찬에 가려진 그 수많은 부끄러움을 나중에 다 어떻게 처리하나. 맨종아리에 회초리로 때려줄 이가 없는 사람은 나중에 맞을 매를 어떻게 다 감당하나. 아, 늙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구나.

김기택 | 시인·경희사이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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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