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도는 가깝고도 먼 섬이다. 전라북도 군산에서 겨우 1.5㎞ 정도 떨어져 있어 부두에서 보면 손에 잡힐 듯이 가까운 섬이다. 그러나 유부도는 오지 중 오지이다. 현대 생활의 상징인 전기를 유부도 주민들이 마음대로 사용하기 시작한 해는 2014년이다. 상수도는 아직도 공급되지 않고 있어 빗물을 모아서 사용하거나 육지에서 물을 가져와야 한다. 유부도는 정기 배편이 없어 섬에 들어가고 싶으면 미리 개인 배편을 예약해야 한다. 또 조수간만의 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물이 빠지면 모든 배가 갯벌에 주저앉아 아무리 급한 일이 생겨도 육지에 나가려면 물이 들어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이 정도면 바다 한가운데 있는 작고 외로운 섬을 말하는 것 같다.

중앙의 두 마리가 부리 끝이 넓은 넓적부리도요새이다. 왼쪽 새의 다리에 하얀색의 3C가 보이는 표식이 있다. 오르탕스 세레 박사 제공

9월 말에 우리는 탐조를 하러 유부도에 갔다. 선외기배를 타고 군산에서 출발했더니 겨우 5분 만에 유부도 선착장에 도착한다. 우리는 배에서 내리자마자 선장의 경운기를 타고 곧바로 갯벌로 갔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물이 빠져 있어 끝도 보이지 않는 갯벌이 펼쳐져 있다. 앞의 작은 섬인 대죽도와 소죽도까지 이어진 갯벌에는 새들로 가득했다. 금강하구에 바로 위치한 유부도는 금강으로부터 떠밀려오는 토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덕분에 갯벌이 넓게 펼쳐져 있고 또 고립되어 있어 유부도는 희귀 철새들의 도래지로 알려진 섬이다.

우리는 대학연합야생조류연구회 부회장인 정대혁씨의 안내로 탐조를 시작했다. 9월 말은 철새들이 월동을 하러 저위도로 이주를 시작하는 시기이다. 유부도 갯벌에는 여름철새와 나그네새로 가득 차 있었다. 여름철새는 우리나라에서 번식을 마치고 조만간 월동지로 이주를 한다. 나그네새는 우리나라보다 고위도 지역에서 번식을 한다. 그래서 봄에 번식하는 곳으로 이주할 때, 가을에 월동하는 곳으로 이주할 때 우리나라에 잠깐 들른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나그네새를 봄과 가을의 이주시기만 잠깐 볼 수 있다.

멀리 저어새 34개체와 섞여 중대백로와 노랑부리백로 대여섯 개체가 쉬기도 하고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또 한쪽으로는 부리가 길고 밑으로 휘어진 마도요, 알락꼬리마도요, 중부리도요 혼종무리가 물끝선에 있었다. 유부도의 대표적인 새인 검은머리물떼새 약 500마리가 무리지어 물끝선에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검은머리물떼새의 무리를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이다.

우리는 이 무리 중에서 나그네새인 넓적부리도요를 보고 싶었다. 부리 끝이 양쪽으로 넓적하게 퍼져있는 것이 이 새의 특징이다. 넓적부리도요는 전 세계에 200개 정도의 번식쌍만 있다고 알려진 희귀종이다. 필드스코프 3대와 쌍안경을 이용해 수백마리의 새를 한 마리 한 마리 관찰하기 시작했다.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누군가가 소리쳤다. 무리 중에 넓적부리도요를 발견한 것이다. 우리는 모두 알려주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도 찾지 못한 나는 고정된 필드스코프로 옮겨 넓적부리도요를 찾으려고 했다.

다리 하나를 들고 머리를 파묻은 채 휴식을 취하는 새들이 여럿 있었다. 잠시 후 머리를 내밀었을 때 넓적부리도요를 뚜렷이 볼 수 있었다. 흰물떼새에 둘러싸여 혼동되지만 부리 끝이 뚜렷하게 옆으로 퍼진 녀석을 놓칠 수가 없었다. 넓적부리도요는 유부도에서 2~3주 동안 휴식을 취하고 먹이활동하면서 다음 비행에 필요한 연료를 충전한다.

놀랍게도 우리가 관찰하던 넓적부리도요 3마리 중 한 마리는 다리에 표식을 달고 있었다. 정대혁씨는 러시아의 ‘넓적부리도요 태스크포스 팀(Spoon-billed Sandpiper Task Force Team)’이 부착한 표식이라고 알려준다. 이 팀은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넓적부리도요를 보전하기 위해 여러 국제기구의 협력으로 증식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표식도 하고 있다. 이 새의 이름은 ‘White 3C’이다. 올해 7월7일 시베리아 최북동부에 있는 추코트카 자치구에서 인공부화되어 태어났다. 이 새는 7월28일 방사되었고, 적어도 8월13일까지 러시아에서 관찰되었다. 그런 다음 무려 5000㎞를 날아서 유부도를 찾아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닷물이 점점 밀려온다. 모래갯벌을 좋아하는 흰물떼새, 민물도요 그리고 넓적부리도요 혼종무리는 일제히 날아올라 바다 쪽으로 크게 한 바퀴 돌고 와서 다시 모래갯벌에 내려앉는다. 물은 계속 들어오고, 이들은 점점 우리 쪽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거리가 좁혀짐에 따라 이들의 이륙과 선회가 잦아진다. 이제 우리가 뒤로 물러설 때가 되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서며 표식을 단 넓적부리도요에 대해 각별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흔함 속에서 특별함을 찾았을 때 경이를 느낀다. 우리 주변에 새들이 흔하게 있지만, 막상 한 마리, 한 마리의 집이 어딘지, 어디서 태어났는지, 어디서 죽는지 잘 모른다. 알고 보면 참 신비로운데, 새들이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삶을 전혀 모른다. 그러나 이 작은 이름표로 인해 우리는 그 새가 어디서 태어났는지, 언제 이동하는지, 잘하면 어디서 죽는지도 알 수 있다.

그래서 White 3C는 나에게 특별하고, 이 새로 인해 모든 넓적부리도요가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제 넓적부리도요는 나에게 특별한 새가 되었다.

<장이권 |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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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