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1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언젠가 우연히 만난 친구가 있는데 섬나라 하와이안. 기본으로 다섯 가지를 잘했다. 항구도시에서 태어났으니 일단 수영 짱. 헤엄뿐만 아니라 파도타기 서핑 실력도 수준급. 나도 바닷가에서 나고 자라 기본 수영은 할 줄 알지만 큰 파도는 겁부터 난다. 그는 파도에 뒹굴다 정강이가 부러진 뒤에도 바다를 향해 냉큼 달려간 간덩이 부은 사내였다. 하와이 악기 우쿨렐레를 기본으로 연주할 줄 알았는데 노래는 음치. 우쿨렐레 기타를 들고서 히어 컴즈 더 선, 오브라디 오브라다, 비틀스의 노랠 같이 불렀다. 비틀스 노래는 세상 어디를 가도 먹히고 통하는 법이니까 음치여도 상관없지.

그 친구는 항상 해피 투게더, 해피해피 그랬다. 너무 해피해서 내가 다 피해피해 도망다닐 정도. 어려운 주머니 사정에도 시종 밝고 환한 해바라기 표정이었다. 입만 열면 갈매기처럼 깔깔거렸다. 남 흉보는 거 빼곤 말수가 대체로 적은 사람들이 있는데, 재미없고 재수도 없다. 까불고 떠들고 깔깔대는 사람이 난 좋다. 축 처진 우울한 사람을 만나면 덩달아 늘어지게 된다. 피가 끓는 사람들은 음울할 시간이 없다. 그는 요리를 좋아하고 잘했다. 왜냐고 물으면 딱 한마디. “사랑하니까.” ‘미친, 밥하는 아줌마들’이 누구는 우습게 보일지 몰라도 사랑과 존중 없이 우리가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와 나는 메일 몇 통 이후 연락 없이 오래 잊고 지냈다. 여기서 다섯째, 우린 각자가 제일 잘하는 순례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다.

난 이 편지를 띄운 뒤 리버풀로 가는 기차를 타러 유스턴 역에 가야 한다. 그 친구가 평생 가보고 싶다던 비틀스의 고향 리버풀. 보고 있냐? 형아가 먼저 간다. 영국 노동자들의 심장 같은 항구도시. 옛날엔 무시무시한 노예시장. 고향을 떠나 비틀스는 자유와 평화로 세상을 물들이며 멋진 여행을 즐겼다. 먼저 간 존과 조지는 은하수에서 자유형 접형 헤엄치고 있을 것이다. 비틀스를 들으면서 폭염조차 즐겼으면…. 기본은 하는 아이들, 명랑하고 창조적인 친구들이 세상에 많아지길.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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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