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오는 14일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합의 사항을 담는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각자의 입장을 반영한 언론발표문은 내지만 공동기자회견은 하지 않는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지만 국빈방문과 정상회담의 격에 어울리지 않는 결정이다. 두 정상 간 세번째 정상회담을 계기로 사드 갈등을 마무리짓고 북핵 공조를 강화하며 관계 복원을 꾀하려던 정부 계획에 차질이 우려된다.

문제가 이렇게 꼬인 것은 중국이 사드 문제를 정상회담에 연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9일에도 왕이 외교부장이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 불참, 사드 추가 도입 불가, 한·미·일 군사동맹 발전 차단 등 이른바 한국의 ‘3불’ 방침을 거론했다. 사드에 부정적인 중국 내 여론을 무마하고 한국의 전향적인 조치를 끌어내려는 것이다.

사드가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해친다는 중국의 입장은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중국의 처사는 지나치다. 중국은 이미 지난 1년여간의 사드 보복으로 한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또 사드의 한국 배치가 미국의 뜻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 미국에 반발하는 대신 한국만 압박하는 것도 부당한 일이다. 사드가 북한의 핵위협 대비용이라지만 미·중 대립의 산물이라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을 압박한다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 정부도 ‘10·31 합의’로 마치 사드 문제가 봉인된 것처럼 과잉해석한 측면이 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갈등을 관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한·중 간 ‘10·31 사드합의’의 정신은 양국이 입장 차에도 불구하고 사드 문제를 봉합하자는 것이었다. 이견을 인정하면서 양국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구동존이의 정신은 지금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실용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자존심만 앞세워 이견을 쟁점화하는 것은 양국관계를 해칠 뿐이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중대한 시점에 열린다. 사드 못지않게 시급한 것이 북핵 문제다.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을 발사하고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전환점을 맞았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하고 나섰고, 미국은 이를 거부한 채 선제타격설을 흘리고 있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태에서 북핵의 평화적 해결에 공감하는 한·중 간 북핵 공조는 소중하다. 한·중 모두 결코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정상회담 의제인 북핵과 사드, 관계정상화 모두에서 생산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지혜를 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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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