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는 9일 후반기 국회 원구성을 위한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또다시 합의에 실패했다. 20대 국회 전반기가 종료된 5월30일부터 국회의장도 없고 상임위도 구성되지 않은 입법부 공백 사태는 벌써 40일을 넘기게 됐다. 이 바람에 시급한 민생·경제법안은 물론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구조 논의를 뒷받침할 국회 차원의 대응은 올스톱이다. 경찰청장과 대법관 3명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부지하세월이다. 여야 간 협상이 결렬되는 주원인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법사위원장을 서로 차지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효율적인 개혁입법을 위해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한국당은 일당 독주를 막기 위해 법사위를 사수해야겠다는 입장이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의 체계와 형식, 자구(字句)에 관한 심사를 맡고 있다. 소관 상임위 중심으로 심사된 법률안이 타 상임위 법률과 내용상 충돌하거나 조문 간의 모순 또는 부조화를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법안 형식에 관한 검토가 아니라 실질적 내용까지 좌우하거나, 상임위 위에 상전처럼 버티고 앉아 국회 의사결정 과정을 왜곡시킨다는 갑질, 월권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마치 양원제 국가에서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을 상원에서 수정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이다. 실제 모든 법안은 법사위를 거쳐야 본회의에 갈 수 있기 때문에 여야 이견이 없는 무쟁점 법안마저도 다른 법안과 연계시켜 정치적으로 활용했던 일이 다반사였다.

국회법상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규정은 1951년 제2대 국회 당시 법률전문가가 드물었던 상황에서 만들어진 게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제는 법사위 기능을 뜯어 고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볼 때가 됐다. 법사위가 갖고 있는 타 상임위 처리 법안에 대한 심의를 국회의장 직속의 입법지원처를 신설해 맡긴다든지, 쟁점이 없는 법안은 우선 처리하는 등의 방법은 생산성 있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생각해볼 만하다. 법사위 권한 축소는 지난 19대 국회에서부터 제기됐지만 번번이 좌절된 바 있다. 여야의 지위가 바뀔 때마다 다른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법사위가 더 이상 다른 상임위의 ‘상원’ 역할을 하며 법안 발목잡기를 할 수 없도록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 여야가 법사위원장을 놓고 으르렁대는 지금이 적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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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