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국회의원과 보좌진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2일 발표한 ‘국회 내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성희롱을 직접 당했다는 피해자가 66명, 가벼운 성추행이 61명이었다. 이어 심한 성추행이 13명, 음란한 전화·문자·e메일을 받은 경우가 19명이었다. 심지어 강간 및 유사강간 피해자도 2명, 강간미수 피해자가 1명 있었다. 150건 이상의 성범죄가 국회에서 저질러진 것이다. 가해자 중에는 국회의원도 있다. 성범죄 대응에 앞장서도 모자랄 국회에 성폭력이 만연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심각한 것은 성범죄 건수만이 아니다. 조사 결과 피해자는 여성이면서 낮은 직급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가해자는 높은 직급의 남성에 집중됐다. 성희롱 가해자에는 국회의원 8명이 포함됐다. 국회 내 성폭력이 위계질서와 권력 관계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희롱이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는 의원회관 사무실이고, 근무 중이나 퇴근 후를 가리지 않았다. 더욱 큰 문제는 피해를 당해도 이를 알리지 못하거나 제대로 도움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피해자 중 42%가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도움받지 못했거나 오히려 2차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했다. 이쯤 되면 성폭력을 당해도 신고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직접 피해를 당하지 않았지만 강간·유사강간을 당한 사례를 보거나 들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50명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강간미수에 대해서도 52명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피해사례가 더 많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국회가 스스로 성폭력 실태를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첫 조사에서 만연한 성차별 구조와 허술한 성폭력 대응 시스템이 드러났다. 그런데 유승희 특위위원장은 “이번 설문은 현황파악을 위한 것이지 가해자를 색출해서 처벌하는 게 목표일 수 없고, 또 가능하지도 않다”며 “피해자들이 익명으로 응답했기 때문에 조사와 처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상급 보좌직에 여성 채용을 늘리거나 성범죄 신고의무를 신설하는 등 제도 개선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피해자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미온적인 대응이다. 국회 내 성범죄가 만연한 조직 문화를 근절하는 과제는 피할 수 없다. 피해 사실이 드러났으면, 가해자를 확인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것이 재발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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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