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재직 시절 극우단체를 동원해 세월호 가족들에 대한 반대집회를 조직한 사실이 드러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이규철 대변인은 어제 이런 내용으로 수사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객관적 물증을 확보하면 추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조 장관은 2014년 6월 정무수석에 발탁된 뒤 우익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을 동원해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하는 집회를 열게 했다. 조 장관은 이들 단체가 시위에서 외칠 구호도 챙기고, 정부 비판 세력에 대한 고소·고발까지 간여했다고 한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영장심사를 위해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이 같은 사실은 청와대 수석비서관으로 함께 근무했던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의해 어느 정도 추정된 바였다. 비망록에 따르면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의 지시를 받은 누군가가 정부 비판 세력을 겁박하도록 우익단체를 움직였는데, 그 연결고리가 정무수석 조윤선이었음이 이번에 드러난 셈이다. 자식을 처참하게 잃은 세월호 가족의 아픔을 보듬기는커녕 뒤에서 공격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게 고위 공직자가 할 일인지 조 장관에게 묻고 싶다. 조 장관은 김 전 실장의 지시를 받아 반정부 블랙리스트 작성에 간여한 일로도 구속영장이 청구돼 있다. 결국 조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 김 전 실장과 함께 온갖 불법을 저지른 운명공동체였기에 중용된 것이다.

청와대의 사주와 극우단체의 꼭두각시 노릇이 드러난 만큼 자초지종을 밝혀야 한다. 이는 조윤선 개인이 아니라 정권 차원의 문제다. 보수단체 뒤에 청와대가 있다는 의혹은 이명박 정권 때부터 제기됐다. 어버이연합은 지난해 청와대 정무수석실 허모 행정관의 지시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자금 지원을 받아 집회를 연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흐지부지했지만 이제는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 블랙리스트와 관제데모,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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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