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한 달이 넘도록 내각 구성이 표류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놓고 야당이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김상곤 교육부·안경환 법무부·조대엽 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 추가 인선된 다른 장관 후보자들도 부적격이라며 벼르고 있다. 인사 문제로 여야 간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부는 비상시국에 인수위 없이 출범한 상황에서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야당과의 협치를 위한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이 마치 허공을 휘젓는 손짓처럼 허망한 일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참으로 안타깝다”고 했다. 인수위도 없이 출범한 새 정부의 고위직 인사가 야당 반대에 꽉 막혀 오도 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마음도 답답할 것이다.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통해 공직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따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흠결 있는 후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야당의 책무이고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수의 시민들이 공감하지 않는다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 ‘임명 찬성’ 62.1%, ‘반대’ 30.4%로 나타났다. 10명 중 6명이 업무 수행에 결정적 하자가 있다고 보지 않는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이 코앞이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7월7~8일)와 주요 국제회의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데 나라의 얼굴인 외교부 장관 자리를 마냥 비워둘 수는 없는 일이다.

문 대통령은 “검증 결과를 보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라면서 “야당도 국민의 판단을 존중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법이 정한 절차와 여론에 따라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야당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좀 더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더 이상 국정공백을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한 현실을 마냥 외면할 수도 없다. 지금까지 발표한 15개 부처 장관 중 임명장을 받고 업무에 들어간 장관은 김동연 부총리가 유일하다. 이대로라면 한 달 뒤라도 내각 구성이 완료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다.

여소야대에서 야당의 역할은 집권세력의 전횡을 막고 균형과 견제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 이제 야당은 새 정부에 최소한 일할 여건은 마련해주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내각 구성에 대승적으로 협조해주더라도 앞으로 집권세력 정책에 대한 합리적 비판으로 야당의 존재감을 얼마든지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야당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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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