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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 근처에 오래 살면서 갑상샘암에 걸렸다면 원전 측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인근 주민 박모씨가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고리원전으로부터 10㎞ 안팎 떨어진 곳에서 20년가량 살면서 방사선에 장기간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한수원 측에 위자료 1500만원 지급을 명령했다. 원전과 일부 암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첫 사례로, 시민 건강권 제고와 관련해 획기적 판결로 평가받을 만하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법원의 전향적 인식이 뚜렷이 드러난다. 재판부는 원전이 법에서 정한 기준치(연간유효선량) 이하의 방사선량을 방출했더라도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연간유효선량은 최소한의 기준일 뿐 절대적 안전을 담보하는 수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적 손배 소송에서와 달리 피해자의 ‘인과관계 입증책임’을 완화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재판부는 공해 소송에서 피해자에게 인과관계의 엄밀한 증명을 요구할 경우 사법적 구제를 사실상 거부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한수원 측이 원전과 갑상샘암 발병 간 ‘인과관계 불성립’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논리다.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서울 프레스센터 건물외벽에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원전의 폐쇄를 주장하는 대형 현수막을 펼치는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 경향DB)


원전 사고의 위험성은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등의 사례를 통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형 사고가 아니더라도 원전이 있다는 것만으로 지역 주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음이 이번 판결을 통해 드러났다. 1심에서 승소한 박씨의 사연은 기구하다. 남편은 직장암 판정을 받았으며 아들은 발달장애를 겪고 있다고 한다. 2012년 일가족 세 명이 함께 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박씨에 대해서만 원전 측 책임을 인정했다. 전국의 원전 인근 주민 가운데 비슷한 고통에 시달리는 가족이 드물지 않을 것으로 본다.

언제까지 원전지역 주민들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할 텐가. 이제는 국가가 답을 내놓을 차례다. 정부는 민관 공동검증단을 구성해 원전 인근 지역에 대한 건강 역학조사를 전면 실시해야 한다. 나아가 노후 원전의 연장 가동을 포기하는 등 기존 원전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최근 강원 삼척 주민투표에서 원전 반대 의사가 압도적으로 나타난 데 이어, 경북 영덕 등 다른 원전 예정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는 터다. 탈(脫)원전으로 방향을 전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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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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