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가 첨예화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며칠 전 애경산업, CJ라이온 등이 만든 로션·에센스·클렌징 등 한국산 19개 제품, 11t 분량에 대해 수입불허조치를 내렸다. 불합격 제품 28개 중 영국산, 태국산을 빼면 3분의 2가 한국산이다. 중국의 압박은 전방위적이다. 삼성SDI와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이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빠졌고, 항공사들이 춘제를 앞두고 신청한 전세기 운항도 불허됐다. 사드 부지를 대체 제공키로 한 롯데의 중국 법인들은 세무조사를 받았다. 계약파기, 통관지연 등으로 쓰러지는 중소기업은 부지기수이다. 한류콘텐츠도 설 곳을 잃고 있다. 당초의 인적교류 제한에서 이제는 비관세장벽 강화를 통한 수출입 불허까지 가시화되는 형국이다.

미국을 방문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정부의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와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주미대사관

중국 정부의 노골적이고 지속적인 압박에 기업과 업계는 속이 타들어가지만 정부는 헛발질만 계속하고 있다. 주중한국대사관은 이번 화장품 수입불허에 대해 “개별 사례를 조사한 결과 제조업체 책임으로 드러났으며 사드 보복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매사가 이런 식의 대응이다. 설령 한국제품에 하자가 있더라도 갑자기 중국당국이 까다로운 기준을 들이대면 배경을 따져보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그럼에도 보복이 아니라고 미리 선을 긋는 것은 사드와 연관짓고 싶어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사안을 축소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유일호 부총리는 지난해 사드 배치 결정 뒤 중국의 경제보복 우려에 대해 “비상계획을 만들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껏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현지 공관 및 업계와의 소통을 통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시 양자 및 다자 채널을 통해 대응해 나가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는 애초부터 정부가 경제적 파장은 고려 대상에 넣지 않았거나 중국과의 마찰을 가볍게 여겼다는 방증이다. 중국은 한국의 제1 무역국이 된 지 오래다. 중국이 아니더라도 어느 나라나 비관세 장벽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이다. 극심한 외교갈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방적 배치 결정을 내린 게 원천적 잘못이지만, 경제적 피해가 가시화되는데도 우왕좌왕하는 정부를 신뢰할 수는 없다. 감당할 수 없다면 사드 배치 중단을 선언하고 차기 정부에 맡기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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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