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사건 최종변론에 출석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제 “대리인단이 헌재에 박 대통령이 나가지 않는다는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안다”면서 “대리인단도 기자회견 같은 것을 할 예정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어이가 없다. 결국 박 대통령에게 헌재 출석 카드는 탄핵심판의 시간을 끌기 위한 꼼수에 불과했다. 헌재는 물론 시민과 국회도 박 대통령에게 철저히 농락당한 셈이다.

헌재 불출석 방침으로 유추해보면 박 대통령은 스스로 켕기는 게 많은 모양이다. 떳떳하다면 헌재 재판관들과 국회 소추위원 측의 질문이 두려울 이유가 없다. 헌재 변론은 말주변의 문제가 아니라 진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앞서 대리인단은 박 대통령이 헌재 법정에 나와 최후진술만 하고 퇴장할 수 있는지 물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말만 하고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헌재는 법에 명시된 대로 ‘출석 시 질문을 피해갈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5일 열린 17차 범국민행동의날 집회에서 한 시민이 촛불을 켜고 있다. 강윤중 기자

최순실씨 공범으로 뇌물수수 피의자인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도 거부했다. 지난해 11월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며 눈물로 대국민사과를 했지만 검찰 수사가 예상 밖으로 강도 높게 진행되자 곧바로 검찰을 비난하며 말을 바꿨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대면조사 일정이 일부 언론에 공개됐기 때문에 거부한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댔다. 청와대 압수수색도 받지 않았다. 최씨와 무자격 의료진에게는 무시로 개방한 청와대를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특검 수사진은 물리력까지 동원해 막았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직무정지 상태이지만 박 대통령은 여전히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

수사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특검 수사는 내일로 끝이다. 연장 지지 여론이 압도적이지만 결정권을 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금까지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국정농단의 부역자인 황 대행이 수사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도 박 대통령과 황 대행 등은 일말의 책임감이나 죄의식조차 느끼지 않고 있다. 국정공백 장기화로 한국 사회 전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국정농단 세력을 단죄하고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민주주의를 구할 곳은 헌재밖에 없다. 헌재는 법과 원칙에 따라 박 대통령 탄핵 여부를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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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