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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어떻게 올까. 봄을 맞이하는 각심(各心)은 서로에게 한 가지씩 있을 것이다. 내로라하는 신문들은 3월이 오면 으레 농부가 소를 몰고 쟁기질을 하는 사진을 1면에 싣는 것으로 바야흐로 천하에 봄이 도래하였음을 알렸다. 겨우내 딱딱해진 흙을 갈아엎으며 땅심을 돋우는 농부 옆에서 산수유가 활짝 펴 봄기운을 보태기도 했다. 몇 해 전 그 전통이 깨져버렸다. 멀쩡한 강에 콘크리트를 처바르기 시작한 시기부터였다. 그땐 봄이 와도 좀 이상한 광경들이 신문을 장식했다. 그것은 싱그러운 들판이 아니라 마구잡이로 파헤쳐진 강의 둔덕, 언덕, 습지, 숲, 둔치, 사구, 모래톱, 텃밭, 여울, 농지였다. 그곳에서는 누런 소가 아니라 노란 불도저, 굴착기들이 들러붙어 있었다. 이상한 중장비들은 황야의 무법자처럼 마구 돌아다니며 강의 연안을 할퀴고 물어뜯는 중이었다. 봄이 왔다지만 영 봄 같지 아니했다.

종이신문을 잘 안 본 탓도 있지만 그 이후 봄소식을 전하는 소는 자취를 감추었다. 구제역 파동으로 생매장되기 직전 눈물짓는 할머니 앞에서 마지막 여물만찬을 하는 소를 보았을 뿐이다. 며칠 전 경향신문에서 본 사진은 모처럼 눈을 환하게 당겼다. “이랴~, 봄을 깨우는 힘찬 쟁기질. 지리산 자락의 경남 함양군 마천면 당흥마을 고랭지 밭에서 한 농민이 소를 앞세워 쟁기질을 하고 있다.” 언제 보아도 소는 늘 좋다. 한편으로 미안하고 고맙고 안쓰럽기도 하다. “꽃 피고 새가 우네, 이 좋은 봄에/ 거름 싣고 이 몸은 밭을 가노라/ 등가죽엔 붉은 피 멍이는 목에/ 채찍은 벼락질을 이내 엉덩이”(‘소는 운다’, 김소월).

봄소식은 이뿐이 아니었다. 광장에서는 이런 구호도 만났다. “가라 朴, 와라 봄.” 마침내 빵, 봄이 터졌다. 압도적이고도 전면적으로 방방곡곡마다 한꺼번에 확, 봄이 들이닥쳤다. 2017년 3월10일 오전 11시21분. 나의 입가에도 봄이 와서 말뚝을 튼튼하게 박았다.

재작년 이 시기에 구례의 당동마을에 가본 적이 있다. 당흥마을과 이웃한 지리산의 골짜기 마을이다. 꽃망울을 터뜨린 산수유의 노란 물감 속에 폭 빠진 동네였다. 산수유는 잎은 잎, 꽃은 꽃, 열매는 열매로 그 존재가 확실했다. 또한 이름은 이름대로 산수유! 산수유, 층층나무과의 낙엽 교목.

이굴기 | 궁리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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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