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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전이다.”

프로야구 한화의 김성근 감독은 지난 4일 경기에 앞서 남은 경기에서는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은 야구팬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화는 시즌 첫 경기부터 한국시리즈를 하는 심정으로 총력전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선발투수가 조금만 흔들리면 강판시켰고, 믿을 수 있는 구원투수들이 남은 경기를 책임졌다.

그러다 보니 한화는 구원투수들이 거의 매일 나와야 했다. 전날 선발투수로 나온 선수가 다음날 구원으로 던지기도 했고, 그 반대의 경우도 허다했다. 이렇게 달렸다면 성적이라도 좋아야 할 텐데, 한화의 성적은 10개 팀 중 7위다. 한화 팬들이 김성근 감독을 모셔올 때 오매불망했던 가을야구는 올해도 물 건너간 듯하다. 더 암담한 일은 부상 선수의 속출이다. 사람의 팔이 고무가 아닌 한, 매일 던지다 보면 탈이 날 수밖에. 한 마디로 한화는 현재와 더불어 미래도 잃어버렸다.

일러스트 _ 김상민 기자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김성근 감독은 1942년생, 우리 나이로 75살이다. 그가 처음 감독으로 데뷔한 1984년은 프로야구가 생긴 지 3년째에 접어든 시점이었다. 당시에는 지금으로 봐서는 말도 안되는 혹사가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지금 김 감독이 보여주는 야구는 그러니까 30년 전이라면 전혀 이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사이 우리나라 야구는 크게 발전했고, 감독들은 물론 팬들도 선수를 혹사시켜 승리를 거두는 것이 당장은 이익이 될지언정, 길게 봐서는 팀에 해를 끼친다는 것을 잘 알게 됐다.

지난해 49세에 두산의 지휘봉을 잡은 김태형 감독이 기존 선수의 혹사 대신 새로운 신인들을 발굴해 한국시리즈에서 팀을 15년 만에 우승시켰고, 비슷한 나이의 염경엽 넥센 감독도 혹사 없는 운영으로 전력이 약해진 넥센을 3위로 이끌고 있다. 혹사가 장기적으로 해가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은 단 한명, 바로 김성근 감독이다. 전문가들과 기자, 그리고 팬들이 혹사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도 그에게는 ‘소귀에 경 읽기’다. 혹사로 인해 부상을 당한 선수가 생겨도 그는 그걸 선수의 책임으로 돌린다. 과거에 집착하고 남의 말도 듣지 않는 것, 이건 그가 75살의 고령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김 감독이 감독을 시작한 1980년대, 우리나라 정치판은 혼탁 그 자체였다. 그 당시에는 안기부를 이용한 공작정치가 당연시됐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잡아다 고문하는 사건이 일상적으로 일어났다. 언론사마다 안기부 직원이 상주하며 기사를 검열했고, 관제야당이 만들어지기까지 했으니, 제대로 된 정치가 자리 잡기는 어려웠다.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서 돌을 던진 것은 시대상황으로 보아 당연한 일이었다. 그로부터 30여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 정치는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40대 감독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야구와 달리 정치판에서 권력을 쥔 분들이 고령인 것도 한 요인이리라. 

대통령을 보자. 57세에 취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사회의 일반적인 정년 기준인 60세 이전에 대통령이 된 분은 한 명도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68세, 김대중 전 대통령은 75세, 이명박 전 대통령은 68세, 박근혜 대통령은 63세에 대통령이 됐다. 이들은 정당을 자신의 하수인쯤으로 여겼으며, 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강바닥을 파는 등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을 스스럼없이 했다.

정보기관의 공작정치는 여전했다. 정치가 사회적 갈등을 푸는 역할을 못하다 보니 지역간, 세대간, 남녀간 대립은 이전보다 심해졌다. 나이든 분들이 젊은이들에게 관심을 덜 갖게 마련이라, 청년들의 삶은 하루가 다르게 피폐해졌고, 그들은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분들 중엔 젊을 때 당선이 됐다면 더 크게 나라를 말아먹었을 분도 계시지만, 40대 후반에 대통령이 된 오바마나 클린턴이 미국에 새바람을 일으키는 광경은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내년, 드디어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 ‘드디어’라고 한 것은 1980년대에서 더 퇴행해 1970년대에서나 보던 일들이 일어나던 현 시대가 드디어 종언을 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력 대통령 후보의 나이를 보면 다음 대통령이라고 해서 우리 사회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4세이고,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66세다.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73세이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61세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55세로 비교적 젊지만, 지나치게 말을 아끼는 등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 다른 후보와 별 차이를 느낄 수 없다.

대선까지 남은 기간은 1년 3개월 남짓, 이 기간 중 새로운 후보가 돌풍을 일으킬 확률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30대에 국회에 입성해 훌륭한 활동을 한 김광진 전 의원 같은 분들이 국회에 많이 들어와야 하지만, 20~30대 의원은 단 세 명으로, 19대보다 훨씬 적어졌다. 정치권의 고령화 타개가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을 터. 이젠 정치에 정년을 도입하는 문제를 검토할 때다. 나이든 사람들끼리 작당해 전리품을 나눠 갖는 정치는 그만 보고 싶다.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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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