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혼술의 끝은 혼절과 혼령이라던가. 혼자 놀다 혼자 죽기를 바란다면 뭔 소리야 하겠지만, 세계대전보다 무서운 부부싸움이나 데이트 전쟁이 생기면 인류 모두의 소망이겠구나 싶어질 게다. 세밑에 얼어 죽지 않으려면 누군가 곁에 있어야 하는데도 또 혼자가 좋은 때가 못지않게 많다. 잠깐 누가 곁에 없어 어쩔 수 없는 혼밥 말고 정신없이 사느라 혼밥을 먹어야 한다면 서럽겠지. 혼자 크리스마스를 보낸 사람들을 ‘혼크족’이라 한단다. 혼자 생일을 맞으면 혼나. 그러면 친구들에게 진짜 혼나게 되어 있다. 뉴요커는 혼커들이 많다. 혼자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우리도 혼커가 많아졌는데, 혼밥은 이제 시작 기미. 월급쟁이들은 혼밥을 먹어야 지갑이 그나마 줄지 않을 것이다. 고기라면 환장을 하거나 철판이 두꺼운 아재들은 혼자 식당에 앉아 삼겹살을 구워먹기도 한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처량한 생각이 쬐끔. 같이 먹어주면 계산은 내가 안 해도 되겠지? 고기를 얻어먹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겠다.

영화 <범죄도시> 말미에 윤계상이 결투를 앞두고 “너 혼자냐” 묻자 엉뚱하게도 “아직 싱글이다” 대답하는 마동석. 실제로 싱글 아니잖아. 비현실 몸매를 자랑 삼은 여배우 애인을 알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깨는 순간’. 웃자니 성질이 조금 나려는 부분이었다. 한 솔로(해리슨 포드)를 죽이고서도 잘될 줄 알았더냐. 너 스타워즈! 한 솔로는 타투인 행성에 잠시 내렸다가 루크 스카이워커를 만나게 된다. 돈벌이로 루크를 자신의 비행선 밀레니엄 팔콘에 실은 게 그만 사달이 나고 만다. 이름은 솔로인데 털북숭이 외계인 조종사 츄바카와 단짝동무. 게다가 레아 공주님과 열애 끝에 애까지 둔다. 배 아파하는 자들이 너무 많아 감독이 그랬을까. 한 솔로는 어쩌다가 아들에게 칼베임을 당하고 극장에서 영영 쫓겨났을까. 어디 저승길에서 혼자 혼밥을 즐기고 있겠지. 한 솔로가 문득 보고 싶구나. “혼자가 훨 나서. 병들어가꼬 둘이 요때까지 사렀으믄 날마다가 지옥이재.” 일찍 혼자 된 동네 할머니는 그렇게 자족하면서 오늘도 혼밥이다. 나도 이 산중에서 자발적인 혼밥에 혼커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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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