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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 세 켤레를 챙겨 나갔다. 서울광장에 있던 유성기업 한광호 열사의 분향소를 현대차 본사 앞으로 옮기는 꽃상여 100리 길이었다. 초라한 영정. 테두리 4면엔 청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저 영정이 경찰들 발에 짓밟히던 날, 내 안경도 짓밟혔다. 무슨 아우슈비츠의 형무소도 아닌데 추위를 피할 비닐 하나도 반입 금지였다. 궁여지책으로 대형 쓰레기봉투를 사서 쓰레기처럼 몸을 구겨넣고 자는데, 그것마저 뺏어가는 세상이었다.

첫날은 국회 앞에서 1박이었다. 마침 20대 국회 개원 날이었다. 19대 국회 당시 은수미 의원 등의 노력으로 국회 청문회에서 유성기업과 청와대, 국정원, 검·경, 현대차 등이 유착해서 자행한 부당노동행위의 실상이 밝혀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뿐. 지금까지도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검·경의 비호 아래 이루어지는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시달리고 있다. 그 불의 속에 사람이 죽었고, 유성 노동자들이 절벽 위에 선 듯한 긴장과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더 이상의 사회적 타살이 일어나면 안된다고, 국정조사 등을 통해 유성기업 민주노조 파괴 시나리오에 대한 사회적 갈등의 종지부를 찍어야 하지 않느냐고 찾은 국회였다. 우선은 이 눈물의 상여를 맞아주는 이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사회적 호소이기도 했다. 고맙게 정의당의 이정미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의 이용득 의원이 대표단을 만나주기는 했지만, 그뿐. 국회는 싸늘했다.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18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앞에서 노조파괴 공작을 벌이는 현대차와 정몽구회장의 처벌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_경향DB



둘째날은 한남동 정몽구 회장 집 앞. 대한민국 최고 재벌의 힘을 느끼는 날이었다. 사병도 아니고, 경찰들이 아예 정몽구 회장 집으로 가는 길 전체를 막아섰다. 국회와 청와대 앞에서도 하는 합법적인 1인 시위를 이유불문으로 안된다고 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현장에서 버젓이 일어나는 현대차 고용 용역들의 폭력이었다.

경찰들이 잠시 터준 사잇길로 유성기업 홍종인 조합원이 올라가는데 갑자기 용역 네 명이 달려들어 폭행을 가하는데도 경찰은 모르쇠였다. 도리어 용역들을 에워싸서 경찰벽 뒤로 빼돌렸다. 촬영된 수많은 동영상을 증거로 제시하며 당장 조치에 나설 것을 요구하자 억울하면 나중에 신고하란다. 피해 당사자인 홍종인씨가 이번엔 경찰들에게 짓밟혀 병원으로 실려 가야 했다.

셋째날, 억수로 내리는 빗속을 걸어 당도한 현대차 본사 앞은 말해 뭐할까. 신고된 집회 장소에 상여와 영정을 내려놓기까지 6시간이 걸렸다. 경찰 폭력으로 비 피할 비닐 하나 칠 수 없었다.

그런 눈물의 영정을 다음날 서초구청은 쓰레기 수거하듯 뺏어가 버렸다. 서울시청 광장에서도 가능했던 분향소가 서초구나 현대차 본사 앞에서는 가능치 않다. 도대체 법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오는 6월24일, 다시 현대차 본사 앞에서 한광호 열사 100일 추모제를 1박2일로 갖는다. 그를 위해 추모시를 짓기 전에 어서 빨리 그가 장례라도 온전히 치르고 저 하늘로 갈 수 있게 힘써야겠다는 생각뿐.



송경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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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