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으로 오는 5월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진행된다. 이미 막이 오른 대선레이스 일정이 숨가쁘다. 당내 경선과 TV토론과 공약이 쏟아지고 있지만 국민의 성에 차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촛불민심의 분노는 대한민국의 전면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촛불민심으로 대변되는 국민의 요구는 새로운 정치스타일을 원한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뜻이 반영된 ‘직접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실현되기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촛불집회에서 나온 촛불개혁과제는 다양하다. 크게 재벌체제 개혁, 공안통치기구 개혁, 정치선거제도 개혁, 좋은 일자리·노동기본권 보장, 사회복지·사회공공성 강화, 생존권 보장, 소수자 차별해소. 남북관계 및 외교안보정책 개혁, 위험사회 개혁, 교육불평등 해소와 건강권 보장, 언론개혁과 자유권 보장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과제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정상이 아니었음을 방증한다. 그런데 과연 대선을 향해 뛰고 있는 후보자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 안을까? 개인적으로는 촛불개혁과제를 제대로 안고 가기 위해서 경선과정에서부터 촛불공동정부를 구성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경선과정에 이것이 성사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대안은 있다. 공약에 국민의 요구를 반영하고 그것의 실현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단계적으로 국민의 생각을 모은 다음 이를 경선이나 본선에서 공개하고 이와 더불어 새로 들어설 정부의 고위공직자 명단, 소위 ‘섀도 캐비닛’의 일부 또는 전부를 사전에 공개하는 것이다.

첫째, 대선주자들은 지금부터 일정기간 각당 홈페이지에 섀도 캐비닛 후보군으로 총리, 비서실장, 장관, 수석비서관 추천 코너를 만들어 국민들이 다양한 인물을 추천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추천을 받은 인사들을 후보 캠프에서 생각하는 인물들과 비교하며 당 차원에서 검증을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이를 바탕으로 가능하면 각당 경선 과정에서 경선 후보들이 공약과 함께 적어도 총리와 비서실장 후보를 3배수로 추천해 공개하길 바란다. 특히 범야권의 경우 경선 때 촛불공동정부 구성을 위해 적어도 같은 당 내에서 적합한 인물을 널리 찾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경선 때는 어려움이나 분란의 소지가 있을 것이다. 각 후보 캠프 내 저명인사가 총리나 비서실장 3배수 안에 못 들었다고 실망할 일이 아니다. 역대 정부의 임기 내 총리는 최소 4명에서 많게는 7~8명이나 됐다. 3배수 안에 들었다고 안심할 바도 아니다. 총리 후보로 거론됐다 낙마한 인물들이 한둘이 아니지 않은가. 따라서 대선주자에게도 오히려 장기적으로 부담을 덜고, 국민에게 예측가능한 정치를 보임으로써 당선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길이 될 것이다.

셋째, 이미 경선에 돌입했기 때문에 경선기간에 총리나 비서실장 인사 명단공개가 어렵다면 적어도 4월17일 본격 선거운동에 들어갈 때는 공약과 함께 총리와 비서실장, 그리고 장관 다섯 자리, 수석 세 자리 이상의 후보군을 3배수로 발표하는 것이다. 어떤 장관·수석 자리 후보군을 발표할지는 대선후보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자 하는 주요 정책을 담당할 부서와 책임자를 우선적으로 공개하면 된다. 자신이 있다면 섀도 캐비닛을 모두 공개해도 좋다. 참고로 2003년 노무현 당선인 시절 총리 지명자는 고건 전 총리였고, 경제부총리 후보로는 김종인 전 경제수석,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물망에 올랐다. 교육부총리 후보로는 전성은 거창 샛별중학교 교장, 이수호 전 전교조위원장, 김찬국 전 상지대 총장 등이 거명됐고, 환경부 장관 후보로는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정진승 환경부 차관, 민주당 이미경 의원 등이 물망에 올랐다. 이철 전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로 동시에 올라 있었다. 그런데 참여정부 출범 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고건 총리에 경제부총리는 김진표 국무조정실장, 문체부 장관엔 이창동 영화감독, 환경부 장관엔 한명숙 여성부 장관, 법무부 장관엔 강금실 변호사, 행정자치부 장관엔 김두관 전 남해군수 등이 임명됐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2015년 12월 경찰에 체포되기 전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예를 들어 새로운 정부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군에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이름이 나올지 지켜보는 것도 국민들에겐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나아가 유권자 개개인이 대선주자 입장에서 서서 어떻게 내각과 비서진을 구성할 것인지 고민하며 실제 대선주자가 내놓는 후보군과 맞춰보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국민이 새 정부의 고위공직자 후보를 직접 추천하고 대선후보가 이를 반영해 사전에 예비 내각 명단을 밝힐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촛불민심이 바라는 직접민주주의의 한 형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김해창 | 경성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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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