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의 삶은 바쁘다. 미쳐 버릴 정도로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헛헛하다. 이유는 모른다. 여하튼 할 일 많은 걸로 헛헛함을 잊고 있을 뿐 그 헛헛함은 마치 신발 속의 깔개인 듯 도시 생활 속에 늘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러다 한 번씩 못 견디겠다 싶을 만큼 외로워진다. 진탕 술이라도 퍼마셔야 할 것 같은 날. 아님 온라인 쇼핑몰에서라도 충동구매를 충족시키든지…. 결핍감 때문이다. 술이라도 채워 넣어야 할 것 같은 결핍감.

그런데 다행이다. 그 와중에 ‘식물’에게서 위로를 찾는 이들이 요즘 부쩍 많아졌다. 식물에게 물을 주며 헛헛하거나 건조한 도시 생활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소식. 심지어 식물을 구매하고 키우는 일이 일종의 트렌드가 아닌가 싶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요즘은 살짝 시들해진 감이 있지만 한때 다육이의 인기가 대단했다. 하기야 건조한 기후에 강해서 물줄기를 게을리해도 쉽게 죽지 않는 식물이라니 초보자들에게 이보다 더 매력적일 수는 없다. 게다가 척박한 환경에 스스로 적응하기 위해 체내에 물을 품고 있다니 뭔가 인간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는 것 같지 않은가? “그러니까 너도 살아남을 수 있어. 너무 애 쓰지 않아도” 뭐 이런 식의….

심지어 다육식물은 증식 방법이 너무도 간단해서 금방 식구를 늘릴 수 있다. 인간 식구 대신 다육 식구 늘리는 방법은 거의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 모양은 또 얼마나 다채롭고 사랑스러운가? 신비스러울 정도다. 흠이라면 통풍 안되고 햇볕 없으면 잘 못 살고 겨울에 너무 춥게 내버려두면 얼어죽기 쉽다는 건데 그 정도 최소한의 관리는 해줘야 식물에게 위로받을 수 있는 인간의 자격이 있는 거 아닌가 싶다.

하지만 다육이도 좋지만 공기정화식물만큼 도시인들에게 유익한 식물은 없을 것 같다. 예컨대 밀폐된 우주선 내 공기를 정화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던 중 미항공우주국 NASA가 발견하여 지구인 모두에게 추천하는 1위부터 50위까지의 식물들.

흔히 ‘황야자’라고도 불리는 아레카야자가 그 1위인데, 이 호리호리하게 울창한 나무는 실내가 건조하면 수분을 공기 속에 내뿜는 습도조절능력이 뛰어나 ‘천연 가습기’로 사용하기 그만이다.

한편 영화 <레옹>에서 마틸다가 들고 다니는 화분 속 식물로 알려진 아글라오네마는 NASA 추천 공기정화식물 38위다. 영화 역사상 존재감이 가장 큰 식물이어서 예전에는 그걸 구하려면 제법 발품을 많이 팔아야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왜 그렇게 가격이 다른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인터넷에서 다양한 가격대로 팔리고 있다.

50위 안에 들지는 않지만 몬스테라라는 열대성 관엽식물도 인기다. 잎맥 사이에 뚫린 타원형의 구멍 때문에도 매우 이국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일까? 아님 수경 재배로 간단히 키울 수 있기 때문인가? 식물이 인테리어 오브제로 부상한 이후 셀프 인테리어족에게 유독 인기 있는 식물이 바로 이 몬스테라다.

하기야 몬스테라 한두 이파리를 미니멀한 화병에 꽂아 타일 붙인 싱크대 위에 두기만 해도 공간이 얼마나 사는지 그 효과가 마술 같을 정도다.

아예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현대의 도시인들에게 약 대신 ‘식물을 처방’해 준다는 콘셉트로 설계된 소규모 브랜드도 있다. 이름 하여 ‘느린 약국’이라는 뜻의 ‘슬로우파마씨’. 화분이 아니라 비커나 유리병에 식물을 기르는 풍토를 조성한 사람들이기도 한데 처음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주문을 받더니 이젠 용인의 쇼룸에 이어 온라인 쇼핑몰까지 생겼을 정도로 두루 사랑받고 있다.

슬로우파마씨처럼 식물을 그토록 창의적으로 다루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건 참 멋진 일이다. 물론 창의적이지 않다고 주저할 것도 없다. 식물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다루어야 한다. “어, 얼굴이 쪼글쪼글한 게 저 녀석 목마르네, 미안, 물 줄게.” “아이코, 이거 너무 좁겠는데. 조만간 큰 집으로 옮겨줘야겠어.” 그런 마음. 그런 마음의 힘으로 조금씩 자신의 수고를 늘려가며 발견하는 행복과 위로. 그게 바로 ‘반려 식물 테라피’라고 나는 생각한다.

구절초, 쑥부쟁이, 벌개미취가 아무런 의도나 콘셉트 없이 그냥 막 피어 있는 시골의 가을 들녘은 아름답다. 음식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는 무슨무슨 꽃축제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 개인적으로 장미나 튤립, 백일홍 같은 외래종에게 자리를 내주고 이름도 없이 사라져 가는 토종 야생화가 자꾸만 마음이 쓰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마음이 그렇다면 수고를 해야지. 이번 주말에 계방산이나 함백산, 혹은 인제 곤배령 쪽으로 가보리라. 가서 보고 함께 살고 싶은 꽃들을 입양해야겠다.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주고 마음을 쓰고 말을 건네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것, 그게 바로 식물이 우리에게 주는 행복이니까.

김경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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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