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이 쑥쑥 올라오는 쑥의 봄날. 쑥이 쑥 솟아난 뒤부터 쑥 캐는 처자들로 들에 산에 언덕바지에 울긋불긋 봄세상이다. 간만에 누이가 찾아와 쑥 캐다가 쑥국 끓여놓고 가면서 “오빠! 쑥국에다가 저녁밥까지 자시오. 고깃국보다 맛나오” 한다. 쑥국이 있는 걸 잊어버리고 읍내 누가 저녁밥이나 먹고 들어가라 해서 고개를 끄덕거렸지. 상차림 전, 찹쌀가루에 버무린 쑥버무리가 반가웠어. 쑥철이라 어디를 가나 쑥쑥 내오는 것마다 쑥떡 쑥범벅. 내 몸에서 쑥내가 날 지경이로군.

서해안 ‘가자미 쑥국’도 맛나지만 남해안 통영, 소설가 박경리의 고향 부두엔 ‘도다리 쑥국’이 있어 침을 꼴깍이게 만든다. 관광버스가 떼로 드나들게 된 뒤부터는 도다리 쑥국도 예전같지 않아 물어물어 맛집을 물색해야 한다.

멀리 바다 건너 왜의 땅에도 봄은 진즉 찾아왔겠구나. 나가이 가후의 소설 속 ‘스미다강’도 봄의 나날들일 것이다. “비온 뒤에 갠 하늘과 창가로 스미는 빛줄기. 마주 보이는 장어집 미야타가와 마당에 버드나무 한 그루엔 새순이 돋아 봄인 줄 비로소 알겠어라. (중략) 청명한 하늘 밑으로 흐르는 스미다강. 강둑 위로 핀 쑥들 지천의 풀들. 둑길로 길게 이어진 벚꽃길. (중략) 꽃구경을 하러 나온 행렬들로 나룻배 부두는 분주하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도 그려지는 쑥내 나는 풍경들.

퀴퀴한 지분 냄새가 맵기는 해도 밭고랑으로 쑥향이 알씬 피어오른다. 어머니가 장날 떡방앗간에서 해오셨던 쑥떡 생각이 간절하여라.

앞으로 어떤 아이들이 있어 풀내 풀풀 나는 푸른 쑥떡을 그리워할까. 숙덕대는 일들만 많아지고, 쑥떡 먹는 일들은 줄어들었다. 쑥국 아닌 고깃국, 쑥떡 아닌 고르곤졸라 피자로는 우리가 어떤 계절을 사는지 알 길이 있겠는가. 적폐청산 겨울을 걷어내고 영산강 능수버들 꽃바람에 춤추는 날. 춘삼월 꽃샘바람 뚫고 쑥을 한 소쿠리 캐 담은 아낙네가 떼어주는 쑥떡, 우리 어느 때까지 맛볼 수 있을까.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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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