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 피면 간다고 전해라

 

그대에게 당도하기엔

아직 멀고 추운 사랑의 온도

 

이곳은 여전히 바람 불고 말들은 지쳤다

 

허물어진 집터 사람들이 떠난

난롯가엔 몇알의 소금만 흩어져 있다

 

추억을 봉쇄한 자작나무 문 밖에서

몇잎씩 날리고 있을 눈발들

 

도화 이파리 눈발처럼 날리거든

간다고 전해라

 

추운 사랑의 온도 저 너머

사랑이 뿌리처럼 젖어 있는 곳

 

사랑의 온도 꽃으로 피어오르는 그곳으로

간다고 전해라

 

리산(1966~)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복숭아꽃 피는 때에 오겠다고 한다. 말들이 끄는 녹색마차를 타고 사랑이 꽃으로 피는 이곳으로 오겠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당신은 “추운 사랑의 온도”가 지배하는 얼어붙은 땅에 있고, 난롯가에서 온기를 함께 나누던 사람들도 유랑민처럼 흩어졌고, 눈발은 날리고 있으니, 봄이 돌아와 복숭아꽃이 마치 수줍어하고 부끄러워하는 듯이 연분홍의 뺨으로 이 세계에 피면 당신은 내게 돌아오겠다고 한다.

이 땅에 봄바람이 불어온다. 산 너머 남녘에는 봄기운이 완연해 앙상하던 가지마다 꽃망울이 터지고 매화와 산수유가 웃는다고 한다. 여기저기 양지바른 곳이니 사랑의 온도도 올라간다. 건강한 말들이 갈기를 날리며 모든 곳으로 녹색마차들을 끌고 오리라. 봄은 광야를 질주해 이곳으로 오리라.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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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