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은 국가 예산이 성립한 뒤 추가로 국회 의결을 거쳐 집행하는 예산이다. 당연히 편성요건은 엄격하다. 국가재정법에는 전쟁이나 재해 발생,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 같은 대내외 여건에 변화가 생겼거나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편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게 이현령비현령이다. 과거에는 자연재해 복구용이 많았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구조조정과 실업대책 등의 용도가 많았다. 최근에는 경기부양이 필요할 때면 머뭇거림 없이 추경카드가 동원된다. 이러다보니 2000년대 이후에는 추경 편성이 없었던 해를 손꼽을 정도가 됐다. 박근혜 정부 때는 2014년을 제외하고 세 차례 추경을 진행했다.

문재인 정부도 출범 첫해 11조원의 추경을 단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청년실업은 재난 수준”이라며 추경안 통과를 요청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이틀 연속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추경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특단의 대책이라면 돈은 문제가 아니다”라고 한발 더 나아갔다. 최악의 청년실업난에 정부가 고심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9%로 200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라고 나아질 것 같지 않다. 결국 문 대통령이 다시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고, 김 부총리의 추경 언급은 이에 대한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일자리 예산이 대폭 들어간 총예산 428조원을 편성해놓고 잉크도 마르기 전에 추경 타령을 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조원 정도 세수가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경을 해도 나랏빚이 느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다. 그렇다고 더 걷힌 세금을 멋대로 추경으로 쓰라는 얘기는 아닐 게다. 일자리 사정이 어려울 때 원포인트로 나랏돈을 투입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매번 그렇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추경 타령에 앞서 지난해 추경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민간일자리의 마중물 역할을 했는지 그 효과부터 점검하는 게 우선이다. 박근혜 정부의 추경 남발을 졸속이니 땜질이니 비판해놓고 이제 와 ‘묻지마 추경’으로 흉내내는 것은 볼썽사납다. 문재인정부 답지않다.

<박용채 논설위원>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