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잘하는데 인성은 별로다. 서울대 출신에 대한 흔한 평가다. 학업적 성취에 비해 인성 발달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기업들은 “능력은 있지만 조직 친화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팀워크를 경시하고, 조직 적응 노력을 소홀히 한다는 것을 근거로 든다. 서울대 내부 평가도 비슷하다. 서울대 교지 ‘관악’은 서울대생의 심리적 특성으로 대인관계 능력 부족, 지나친 자기중심적·개인주의적 경향, 타인의 관점과 입장을 배려하는 공감 능력 및 공동체 의식 부족을 꼽았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어제 2017학년도 입학식에서 “최근 서울대인들은 부끄러운 모습으로 더 많이 회자된다”고 말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류철균·남궁곤 이화여대 교수 등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다수의 서울대 출신이 연루된 것을 염두에 둔 자성의 목소리로 보인다. 성 총장은 “서울대라는 이름에 도취하면 오만과 특권의식이 생기기 쉽다”며 “남의 의견을 경청할 줄 모르는 리더는 모든 이를 불행하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갖고 모든 이에게 예의를 갖추라고 주문했다.

[장도리]2017년 3월 3일 (출처: 경향신문DB)

성 총장의 연설은 지난달 서울대 재학생·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끄러운 서울대 동문상’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를 떠올리게 한다. 설문조사에서 ‘2016 최악의 동문상’ 분야 1위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2위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3위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각각 선정됐다. 또 대한민국 헌정사에 해악을 끼친 인물을 가리는 ‘멍에의 전당’ 분야에서는 98%가 넘는 압도적 비율로 ‘법꾸라지’ 김기춘 전 실장이 꼽혔다. 네 명 모두 사법고시 합격자라는 점으로 미뤄볼 때 인성은 성적순이 아니란 점은 분명하다.

타 대학에 비해 서울대 출신에 대한 비판이 많은 것은 국내 최고 대학으로서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의미가 된다. 서울대 출신 입장에서는 ‘능력 탓할 게 없으니 품성 갖고 뭐라고 한다’고 반박할지 모르겠다. 인성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요구되는 기본 자질이다. 그러니 서울대 출신에게 공동체 의식과 공감 능력을 특별히 더 요구할 이유는 없다. 그런 요구 자체가 서울대 특권의식을 조장하는 행위로 비칠 수도 있다.

조호연 논설위원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