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를 바다에 가라앉히거나 강에 흘려보내는 수장 풍습은 전 대륙에 걸쳐 나타난다. 수장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북구의 바다를 주름잡았던 바이킹들이다. 바이킹들이 전투 중 사망한 왕이나 동료의 시신을 불길이 치솟는 배에 태워 바다로 떠나보내는 장면은 장엄하기까지 했다. 북아메리카 체로키 인디언들이 시신을 근처의 강에 흘려보내는 것은 사자의 재탄생을 믿은 결과다. 체로키들은 땅이 물속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솟아오르는 과정이 반복된다고 생각했다. 천장·조장(鳥葬·시신을 새 먹이로 내어 놓는 장례 풍습)으로 유명한 티베트와 같은 내륙에도 수장 풍습이 있다. 죄인이나 병자, 임신 중 사망한 여성을 강에 던져 장사 지냈는데, 이는 물이 사자를 정화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수장은 사자를 떠나보내는 의식이자 세계관의 반영인 것이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수장이 선호하는 장례가 아니다. 수장을 천민이나 노예에게만 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세계 2차대전 때 미군이 일본군의 공격으로 침몰한 배와 사망한 장병을 바다에 장사 지낸 것을 명예로운 장례식처럼 주장하지만 이는 포장일 뿐이다. 인양이 불가능하거나 전투 중 시신을 옮길 만한 여건이 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택한 장례법이다. 삼국통일을 완성한 문무대왕이 동해바다를 지키겠다며 수장을 원했다지만 사실(史實)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게다가 이는 화장을 한 뒤 다시 수장한, 엄밀한 의미의 수장이라고 할 수도 없다. 서해안 섬 지역의 풍장에서도 시신을 바다에 던지는 것만은 피하려는 뜻을 엿볼 수 있다.

기무사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수장하는 방안을 청와대에 건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발표 탑승자와 인양 후 탑승자 수가 다를 수 있고, 침몰 후 희생자가 상당기간 생존했다는 흔적이 발견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망자를 정중히 보내려는 뜻은커녕 증거를 지우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차가운 바다에 자식을 둘 수 없다는 부모들의 애끊는 호소에 이런 건의를 한 것도 모자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눈물 담화’로 이미지를 제고하라고까지 했다. 시민의 군대라면 꿈에서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촛불시위를 향해 계엄을 발동하자는 기무사의 발상은 결코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이중근 논설위원>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