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살아남은 들고양이들이 떼로 마당을 쏘다니며 이곳은 자기 집이니 그리 알라 우김질이다. 영역 싸움에서 나는 번번이 지고 마는데, 현관 앞에 싸지르기 일쑤인 그놈의 똥이 가장 골칫거리. 야생 고양이똥 냄새, 맡아보지 않은 이는 모른다. 차를 타고 가는데 계속 똥내가 났다. 차를 세워 안을 들여다봤더니 내가 똥을 밟은 것. 윽~ 고양이 오거리파 놈들. 무하마드 알리나 되는 것처럼 주먹을 휘두르면서 개밥을 빼앗아 먹기도 다반사. 개들이 순하다보니 고양이가 타이거 마스크를 쓰고 나타나 행패가 예삿일이다. 어제는 씻지 않은 몸으로 내 흔들 그네에 앉아 낮잠을 한숨 자고 가더라. 거기다 죽은 새와 두더지, 들쥐를 물어다놓기도 한다. 뛰노느라 장독 덮개를 박살내고 푹신한 소금가마니엔 오줌도 싸질러놓고. 나만 사라지고 없으면 좋겠다는 야비한 표정은 소름을 쫙 돋게 만든다. 굴하지 않고 악착같이 살아보리라 더 애를 쓰게 돼. 투쟁심을 길러주는 고양이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나. 힘들어봐야 행복도 알지. 겸손하게 살라고 한번 겪어보라는 ‘시험’인가 뭔가.

“행복이란 무얼까. 행복이라는 것은 일종의 가사 상태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름다운 아내를 동반한다든지 귀여운 아기들을 안고 데리고 저녁거리를 산보하면서 소크라테스의 머리에 위대한 사상이 움직였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신혼여행 중에 발생했다는 철학도 나는 아직 구경한 일이 없다.” 김기림의 수필 <동양의 미덕>(조선문단 1939년)엔 독설이 이어진다. “가족과 사무를 함께 버리고 혼자서 산이나 바다로 간다든지 그렇지 않으면 가족을 모두 시골이나 극장으로 보내놓고 다만 혼자 자빠져서 달을 쳐다보는 괴벽의 효용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역시 동양 사람일 성싶다.” 그런데 혼자 자빠져서 달구경이나 하면 좋으련만, 고양이 패거리가 떼로 괴롭히는 걸 김기림은 정녕 몰랐으리라.

봄비가 주르륵 내리는 자정쯤 물에 젖은 귀신들이 방문한다. 늙은 고양이가 신호하자 철커덩 철문이 열린다. 행복이고 나발이고 이불 속에 숨자니 나도 아기 고양이처럼 서럽게 울고 싶어졌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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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