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가족의 건강과 복지 증진을 위해 웃음 쿠폰을 발급했어요. 울적하거나 울먹할 때 가까운 인출기에서 뽑아 사용하면 되죠. 하지만 수산물 센터 김씨는 오징어 회 한 접시에 자신의 쿠폰을 끼워 팔았어요. 대형 할인점에 우유를 납품하는 박씨도 자신의 쿠폰을 사용해 왔고요. 부도덕한 상술이라고 비난한 사람들도 있지만, 불법이랄 게 있나요. 뭐랄까, 그렇게밖에는 쿠폰을 쓸 수 없었나 보죠. 덕분에 여분의 웃음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서, 밤새도록 웃을 수 있는 도시의 경계도 생겨났어요. 누구는 경계가 아니라 전선이라 말하지만, 그저 우리는 더 많이 웃을 수밖에요. 그래서 우르르 필드로 몰려 나가 에스까르고를 까며 꺄르르 웃었어요. 까르페디엠! 가끔 경계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묻곤 하죠. “너, 그 웃음 어디서 났니?” 뭘 하든 사업만 잘되는데 어떠려구요. 안 그래요, 코리아? - 송기영(1972~ )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경제가 어려워도 사회가 어지러워도 웃어야 한다고 한다. 웃고 싶지 않아도 웃을 일이 없어도 웃어야 한단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데, 웃는 낯에 침 뱉지 못한다는데, 웃음이 돈도 되는 세상인데, 어찌 아니 웃겠는가. 대인 관계의 윤활유요 정신건강에 보약인데 무한 리필까지 가능하니 안 웃으면 손해지. 정부에서 “가족의 건강과 복지 증진을 위해 웃음 쿠폰을 발급”했다니, 유효 기간 지나기 전에 어서 공짜 웃음을 사용해야지.

울화가 터지든 짜증이 나든 잘 웃기만 하면 되는 저임금 감정노동에 일자리가 많이 있으니 실업자들을 웃음으로 내몰면 실업난 해소와 경제 회복에 적잖이 기여할 것이다. 웃음 근육과 마음의 움직임을 잘 분리하는 노하우, 표리부동을 세련되게 구사하는 테크닉을 다룬 실용서도 베스트셀러가 될지 모른다.

하지만 교환가치만 강조한 웃음들 사이에서 소외된 우리의 슬픔과 외로움과 고독은 어디로 가지? 마음 깊은 곳에서 슬픔이 울음을 밀어 올리는데, 이 처치 곤란한 울음을 어디 가서 몰래 버리고 오지?

김기택 | 시인·경희사이버대 교수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일반 칼럼 > 경향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세  (0) 2017.03.20
아들의 나비  (0) 2017.03.14
웃음 쿠폰이 경제에 미친 사소한 영향  (0) 2017.03.06
습작생  (0) 2017.02.27
산책자  (0) 2017.02.20
전주  (0) 2017.02.13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