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한 차례 ‘만나면 좋은 친구’ 방송국, 유행가 가락 소개하는 프로에 출연하고 있다. 강원도 올림픽 기간에는 가수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길’을 들려드렸다. 한 인터뷰에서 김현철이 그랬다. “재수 시절에 여자 친구랑 춘천 가는 기차를 입석으로 탔어요. 근데 완행열차라 너무 힘들었죠. 중간인 강촌역에서 그냥 내려버렸어요. 곡 제목을 강촌 가는 기차라고 했어야 맞습니다. 춘천에 다녀온 셈치고 춘천 가는 길이라고 지었죠. 가사에도 춘천 가는 기차라고 했지 춘천에 갔다는 얘기는 그래서 없어요.” 노래는 갖가지 이런 숨은 사연을 안고 있다. 윤상의 ‘가려진 시간 사이로’는 봄 소풍, 수학여행이 한창일 때 들려드리려고 아끼는 노래다. “노는 아이들 소리. 저녁 무렵의 교정은 아쉽게 남겨진 햇살에 물들고, 메아리로 멀리 퍼져 가는 꼬마들의 숨바꼭질 놀이에 내 어린 그 시절 커다란 두 눈의 그 소녀 떠올라. 넌 지금 어디 있니. 내 생각 가끔 나는지. 처음으로 느꼈었던 수줍던 설레임….” 서울에서 현송월이 그랬듯이 윤상도 평양에서 노래 한 곡 불렀으면 좋겠다. 남북이 군가나 정치선전 노래가 아니라 유행가를 같이 나눠 부르면서 ‘사람의 가슴’으로 사랑하고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한없이 노래하고 마음껏 입술을 나누며 살아야지.

난 신학교 시절부터 찬송가보다는 대중가요 유행가가 좋았다. 거기에 참다운 신의 호흡, 인간의 온정이 깃들어 있음을 깨달았다. 구름 너머 신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사랑. 그대와 유행가를 함께 흥얼거리며 울고 웃는 이 다사로운 행복. 레드벨벳이 부르는 이수만의 옛 노래 ‘장미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요샌 마마무의 ‘별이 빛나는 밤’도 따라 부른다. 장미꽃을 즐겨 그린 화가 니코 프로스마니와 수많은 별을 그린 빈센트 반 고흐도 소녀들의 노래를 배워 부르며 휘파람을 휘휘 휘이휘~.

소설가 이윤기는 <노래의 날개> 작가의 말에다 이렇게 적고 있더군. “유행가의 노랫말들이 요즘 들어 마음에 절실하게 묻어 든다. 읽히는 시의 생명보다는 불리는 노래의 생명이 더 긴 것 같다.”

<임의진 목사·시인>

'일반 칼럼 > 임의진의 시골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 목요일  (0) 2018.04.05
잔소리꾼  (0) 2018.03.29
유행가  (0) 2018.03.22
차력사  (0) 2018.03.15
신문지 한 장  (0) 2018.03.08
요롤레이 요롤레이  (0) 2018.02.22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