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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보도 자료를 보면 2014년 대한민국 이혼 건수는 11만5500건으로 전년도에 비해 0.2% 증가했다. 이혼 사유는 비단 배우자의 부정뿐만이 아니라 맞벌이, 육아, 명예퇴직, 질병, 노후대책 등 인생 전반에 걸쳐 있는 문제들로써 대단히 슬픈 통계가 아닐 수 없다.

미국에서 소방대원은 군인이란 직업과 함께 가장 높은 이혼율을 보이는 집단에 속해 있다. 일반인들의 이혼율에 비해서 무려 세 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직업군들은 오랜 시간 동안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일이라고 여겨질 정도다.

2009년 미국의 한 소방대원 아내가 자신의 블로그에 “18년 동안 소방대원의 아내로 살면서 배운 것들(18 Years of Being a Firefighter’s Wife: Lessons I’ve Learned)” 이란 제목으로 올린 글이 아직까지도 화제다. 소방대원인 남편을 내조하면서 자그마치 6명의 아이를 양육한 그녀는 결혼생활 18년 동안 어렵게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자신만의 글로 소박하게 풀어내 아직도 많은 공감의 댓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매일 위험을 찾아다니고 교대 근무를 밥 먹듯이 해야 하는 소방관이란 직업을 가진 남자와 사는 일은 어찌 보면 하루하루가 도전인 셈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고 주말에는 가족과 같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이라고 생각했던 믿음은 아주 오래전에 깨졌고, 결혼 전 기대했던 근사한 이벤트들도 비상이라도 걸리면 무산되는 일이 다반사다.

이 건 _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 검열관


부부지간의 일을 어찌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겠는가마는, 행복한 가정을 지켜내기 위해서 소방관의 아내가 알아두어야 할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남편의 업무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다. 소방관은 오랜 시간을 직장에서 대기해야 하고, 온갖 상황에 출동해야 하며, 밤을 지새우는 일이 빈번하다. 출동을 하다보면 수도 없이 많은 사고와 죽음의 순간들을 오고가면서 쌓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을 받기도 한다.

이런 모든 일들을 긴장한 상태에서 처리하다보면 혈압은 상승하고, 소화불량이 생긴다. 과다하게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의 영향으로 만성피로와 고립감 등을 경험할 수도 있다고 의사들은 경고한다.

또한 업무 특성상 여러 발암물질에도 쉽게 노출된다. 오늘날 화재는 플라스틱 제품이 연관된 화재가 많아서 불에 타게 되면 대개 목재보다 더 많은 연기와 열을 내뿜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연기에는 일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암모니아, 벤젠, 염산, 메탄 등 치명적인 유해인자가 많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이런 물질들을 다량으로 흡입하게 되면 질식사 할 수도 있고 소량으로도 암을 유발할 수가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이런 환경 속에서 근무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무척이나 안쓰럽고 가슴 아픈 일이다. 그래서 남편의 건강을 챙기고 용기를 북돋우어 주어야 하는 소방관의 아내의 삶 또한 소방관 못지않게 힘이 드는 것이다.

간혹 남편의 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내는 그저 아침에 퇴근하는 남편이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지난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아이가 어떤 말썽을 부렸는지를 쏟아 붓고는 비번 날에 해야 할 일들을 산더미처럼 늘어놓아 퇴근한 남편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다. 아마도 아내는 지난 밤 출동에서 남편이 무슨 일을 겪고, 무엇을 보았는지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 눈치다.

소방관은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일들을 감정을 싣지 않고 차분하게 처리해야만 하는 특별한 상황 속에 놓인 사람들이라는 것을 아내는 충분히 이해해 주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남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것이다. 남편이 대화를 하고 싶어 하면 피곤함을 무릅쓰고라도 충분히 들어주자. 오랜 시간의 대화를 통해서만이 비로소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어려움, 고독함 그리고 두려움이 나오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저 직장에서 출동은 많았는지 아니면 조금 휴식을 취할 시간은 있었는지를 물어봐 주는 것으로 시작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 대화를 통해서 수고한 남편을 격려하고 쉬는 날 남편에 대한 기대치도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다.

세 번째로는 남편의 직업을 존경해 주는 것이다. 생사를 넘나드는 직업은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 앞에서 남편의 직업을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되고 이 점은 아이들에게도 중요한 교육이 된다. 남편을 무시하지 않고 존경해 주는 것만으로도 결혼생활은 훌륭하게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남편이 근무하는 동안에 끊임없이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다. 너무 많은 전화나 문자는 집중력이 필요한 업무를 수행할 때 자칫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요한 일은 사전에 서로가 지혜롭게 시간을 정해서 연락을 하는 것이 좋다.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가는 일은 비단 소방관의 아내 혼자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이루어 질 수 없는 것이다. 가족구성원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 소방관들 역시 아내들로부터 많은 것들을 기대하기 이전에 소방이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한 남자를 마다하지 않고 받아준 아내를 제일 먼저 지켜주어야 한다.

고된 업무로 바쁘고 힘들겠지만 조금 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자신의 아내를 돌아보자. 아내이면서 엄마인 사람, 또 누군가의 딸이자 며느리인 사람도 소방관만큼이나 힘이 들기 때문이다.

예쁜 딸로 태어나서 부모로부터 사랑과 존중을 받으며 성장하고, 성인이 된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한다. 그렇게 시작되는 제2의 인생은 소방관이라는 남편의 직업 때문에 여러 가지 역경에도 부딪히게 되지만, 하루하루 건강하게 출근하고 퇴근하는 남편을 지켜보면서 그를 지켜주는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도 갖게 된다

화재현장에서 의사소통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처럼, 소방관의 결혼생활에서도 아내와의 의사소통은 정말로 중요하다. 아내의 이해와 배려 그리고 남편의 노력을 합해서 행복해지고 더 많이 행복해져야 한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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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