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덥다

이럴 때 내 몸은 그 문을 활짝 열어

땀이란 놈을 내어 보낸다

땀은  그 속에서 오래도록 나오고 싶어

안달했다는 느낌을 준다

그 미세한 숨길 따라

갇혀 있던 그들이 크게 한번 숨쉬고 싶었다는 생각이 든다

몸을 살살 간질이며 빠져나오기 시작하는 무리들

흙속에 갇혀 있는 어린 풀줄기들 봄이 되면

쏙쏙 고갤 내어밀듯이

그래서 숲을 이루듯이

땀은 얇은 막을 만들어

포장지로 싸듯 몸을 휘감는다

안과 밖이 서로 바뀌는 순간이다

편안한 집 속에 나는 나의 몸을 맡긴다

이럴 때 우리 영혼은

그를 늘 싸안고 있는 몸에게 미안했던지

한번쯤 몸을 감싸고 싶어

땀을 보냈던 것일까

한번쯤 몸을 위해 밖이 되고 싶었던 것일까

 -손진은(1959~ )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연일 후덥지근해서 조금만 걸으면 몸은 금방 뜨거워지고 끈적끈적해지고 옷은 피부에 접착제처럼 달라붙어 안 떨어진다. 하지만 땀이 피부가 배설하는 오줌이라면 몸 안에 고이는 것을 참지 못할 것이다. 오래 참았던 오줌을 누듯 땀을 흠뻑 흘리면, 피부는 불쾌해도 몸속은 시원하고 개운할 것이다.

땀을 흘린다는 건 닫힌 문 안에서 나가고 싶어 안달하는 놈들을 활짝 열어 내보내는 것이라고, 막혀 있던 숨을 열어 피부가 마음껏 숨쉬게 하는 것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그래서 몸 안팎이 서로 바뀌는 거란다. 냉방을 한 실내에만 있는 건 땀을 몸 안에 가두는 것. 땀구멍을 활짝 열어 몸 안을 환기하자. 마음에 쌓인 노폐물도 땀에 실어 내보내자.

김기택 | 시인·경희사이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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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