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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11 대 4로 참패함에 따라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물러나고 박영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당을 이끌게 됐다. 거대 야당이 전에 없던 위기에 봉착한 것인데, 이에 대해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의 반대편에 섰던 내가 뭐라고 말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처럼 청와대와 여당이 독주를 하는 상황에서 야당마저 힘을 잃어버린다면 나라 전체가 불행하게 될 것 같아서 내가 보는 야당의 문제를 몇 줄 적어 보기로 한다.

우선 야당은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와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 절차가 새누리당에 비해서 불안하다는 점을 지적해야겠다. 새누리당은 2007년 경선을 계기로 현행 제도가 확립이 됐다. 이번에 치른 전당대회에서도 정해진 절차에 따라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자연스럽게 선출됐다. 하지만 야당은 그때그때 규칙을 바꾸는 등 그 절차 자체가 매우 불안정하다. 지방순회 투표, 모바일 투표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도 했지만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알 수 없다.

이번 재·보선에서 김한길·안철수 두 대표가 최악의 공천을 했음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이라고 해서 항상 공정한 공천을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경선을 거친 공천이라고 해도 절차적 공정성 등을 이유로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는 새누리당에도 많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새누리당에서는 동작을에서 있었던 허동준-기동민 파동 같은 ‘서부 활극’을 보기는 어렵다. 이번 재·보선에서도 보듯이 새누리당 당선자들은 사업가, 변호사 등 대개가 본업이 있는 사람들이다. 반면 야당 후보자, 그리고 후보자가 되고자 했던 야당 인사들은 정치가 전업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유독 야당에서 크게 들리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같은 맥락이지만 야당도 이제는 전문직, 관료, 학자 출신을 보다 많이 영입해야 할 것으로 본다. 야당은 4·11 총선 때 신경민 의원을 제외하고는 주목할 만한 전문직 출신 의원을 새로 내지 못했다. 가뜩이나 관료 출신 의원이 부족한 상황인데 6·4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경험 많은 정책통(通)인 김진표, 이용섭 두 의원을 잃어 버렸으니 그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의총 참석한 7.30 재보선에 당선된 새정치민주연합 4명의원 (출처 : 경향DB)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야당이 이번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면 좋은 기회를 맞을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새누리당이 ‘박근혜 프리미엄’을 상실해 가고 있으며, 2012년에 내세웠던 슬로건을 거두어들이고 ‘우경본색(右傾本色)’으로 회귀한 것도 야당에는 기회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야당은 함께 좌클릭을 했다. 그런 경우라면 외연을 넓히는 쪽은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이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바뀌었으니 야당은 중도개혁을 지향하는 우클릭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 더 이상 통합진보당을 신경 쓸 일도 없으니 ‘제3의 길’을 내걸고 집권에 성공한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방식의 우클릭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또 바람직하다. 박근혜 대통령을 찍었던 50% 중 적어도 10%는 이미 이탈한 상태이기에 야당이 이 표심을 염두에 둔다면 특히 그렇게 해야 한다.

야당이 ‘안철수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도 기회라고 하겠다. 그것이 ‘현상’이든 어떻든 간에 ‘안철수’는 그간 야당의 지지도를 깎아먹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야당에 안철수는 같이 가기도 어렵고 상대해서 싸울 수도 없었던 존재다. 그런 안철수 의원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당을 창당하자 새누리당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뒤늦게 안철수신당과 야당은 합당을 했지만 ‘기초단체 무공천 코미디’로 점수를 까먹더니 재·보선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할 말은 아니지만 지난 반년 동안 여권은 “안철수 덕분에 편하게 됐다”면서 표정관리를 해 왔다. 현실정치를 모르는 새정치란 이처럼 허무한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을 정치권으로 불러들인 대중의 욕구는 여전하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어떤 이는 야당이 반대만 하고 대안을 내지 못해서 이리 됐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이런 해석에 동의할 수 없다. 그것은 여권이 통상적으로 내거는 프레임일 뿐이다. 내가 보기에 야당의 문제는 반대하고 비판하는 방식이 정교하지도 않고 세련되지도 않았다는 데 있다. 야당이 내건 정책도 보다 세련되고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부자한테 세금을 무겁게 매겨서 서민을 돕겠다는 식의 슬로건을 내걸고 집권을 하겠다는 것은 도둑놈 심보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국민공감혁신위원회’로 출범한 박영선 비대위원회의 건승을 기원한다.


이상돈 |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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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