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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31일 오후 1시. 3년 가까운 긴 기다림 끝에 세월호가 목포신항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인양할 수 있는데,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을 지체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나고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지켜보는 사람의 마음이 이런데, 미수습자 가족들, 유가족들의 마음은 어떨까? 이미 너무 늦었지만, 하루빨리 미수습자들을 찾고, 참사의 진상이 철저하게 규명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하늘에 있는 영령들에게 최소한의 예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그날 새벽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다.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들어온 날과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날이 같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방해해 왔다. 또한 세월호 참사 당일 자신의 행적에 대해 숱한 의혹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무언가를 감추려 해 왔다. 박 전 대통령이 그토록 감추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것은 앞으로의 숙제이다.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청와대에 있는 기록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박 전 대통령의 기록물을 분류해서 국가기록원에 이관하는 것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이관을 하면서 박 전 대통령 기록물들에 대해 최소 15~30년짜리 보호기간을 지정하려 한다. 그렇게 되면, 세월호 참사는 물론이고 개성공단 폐쇄,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등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웠던 사건들의 진상을 밝히기가 상당히 어려워진다.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 고등법원장의 영장 등 아주 엄격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관련 기록물들을 15~30년 동안 열람도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 대행의 이런 행위는 위헌이다. 법적 근거가 없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현행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임기를 만료했을 경우를 전제로 이관 및 보호기간 지정 절차를 규정해 놓았다. 대통령이 탄핵되었을 경우에 대한 법조항은 전혀 없다. ‘입법의 공백’이 있는 것이다.

이런 ‘입법의 공백’은 해석으로 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국회에서 신속하게 법을 보완해야 한다. 그런데 황 대행은 행정자치부 자문변호사 3명의 의견서가 근거라며, 이관과 보호기간 지정을 강행할 태세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국회는 이 문제에 대해 입법적 조치를 취했어야 하지만, 손을 놓고 있다. 당연히 박 전 대통령의 기록물은 동결조치하고, 독립적 주체가 이관절차를 관리하고 보호기간 지정도 해야 한다. 그리고 각종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필요한 정보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되어야 한다. 이 당연한 일들이 가능하도록 입법을 하는 것이 국회의 역할 아닌가?

보다 못해서 녹색당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이번주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황 대행의 법적 근거 없는 기록물 이관과 보호기간 지정은 위헌’임을 주장하는 헌법소원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국가라면, 국회가 이 문제를 입법으로 풀었어야 한다.

이 문제뿐만 아니라 숱한 적폐청산과 개혁과제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재벌개혁, 검찰개혁 입법은 물 건너갔다. 청년 63만여명이 5월9일 대선에서 투표할 수 있는지가 걸려있었던 만 18세 선거권 연령 입법도 물 건너갔다. 뭐 하나도 분명하게 진행되는 것이 없다. 국회는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정당들과 정치인들은 말만 무성하게 쏟아낼 뿐 아무런 문제 해결을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책임이 크지만, 야당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야당 원내대표들이 ‘1월에 하겠다’, ‘2월에 하겠다’, ‘3월에 하겠다’고 약속했던 개혁입법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책임정치’는 완전히 실종된 상황이다.

5월9일 대선에서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들, 이런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 것인가? 벌써부터 정치권 주변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되는 게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것이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답답함을 느끼는 이유이다. 대통령 한 사람 바꾸자고 촛불을 든 것이 아니라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국회를 바꿔야 한다.

지금 국회는 힘이 없는 척하지만, 힘이 없는 게 아니다. 국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권력’을 아주 나쁘게 행사하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국민의 위임을 배신하고, 기득권에 봉사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재벌, 검찰 등 온갖 기득권세력은 유지된다. 국회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가계부채, 청년부채, 낮은 최저임금, 미세먼지, 농민들과 영세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개선되지 않는다. 지금 국회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시민들의 삶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국회개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통령 탄핵과 구속 이후에는, 국회를 해산하는 수준으로 개혁을 해야 한다. 그 핵심은 국회가 끝내 하지 않으려는, 선거제도개혁이고, 국회개혁, 정당개혁이다. 이것을 이뤄내야만 촛불 시민혁명은 완성될 수 있다.

그것이 가족을 잃어버린 비통함 속에서도 기약없이 3년을 기다려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없는 국가, 특권계급화된 소수가 모든 것을 사유화하지 못하는 국가를 만드는 길이다.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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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