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다운스 등 많은 정치학자들이 정당을 하나의 팀(team)에 비유한다. 선거란 경쟁 또는 승부에서 이겨야 하는 것을 목표로 삼기 때문이다. 그 팀에서 게임에 출전하는 선수를 후보라 할 수 있는데, 선수 선발의 잣대는 팀의 승리다.

어떤 선수 개인의 기록이나 화려한 플레이가 선수 선발의 잣대일 수는 없다. 경기력이 가장 좋은 팀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연고나 의리가 아니라 실력으로 선수를 뽑아야 한다. 자기 맘에 드는 선수만으로 좋은 팀을 구성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이 최고의 기량을 갖추고 있다고 해서 좋은 팀이 되는 건 아니다. 스페인의 축구팀 레알 마드리드가 포지션별로 최고의 선수를 뽑아놔도 결과는 기대만큼 좋지 않았던 게 좋은 예다.

실력을 기준으로 뽑되 팀플레이가 발휘되도록 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이것을 잘한 감독이 2002년 월드컵 때의 히딩크이고,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 감독이다. 히딩크나 퍼거슨은 개인적 연고나 의리 때문에 선수를 선택하지 않았다. 또 한 선수의 개인적 기량보다는 선수가 그 팀의 경기력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로 판단했다. 개인플레이하는 선수는 가차 없이 응징했다. 그래서 좋은 팀을 만들었고, 최고의 성적을 냈다.

그런데 어떤 선수가 팀에 필요한지는 전적으로 감독의 판단 영역이다. 골이나 어시스트 등으로 선수의 기량을 평가할 순 있지만 한 선수의 실력을 계량화하는 객관적 잣대란 애당초 불가능하다. 감독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좋은 성적이 나오면 그 판단이 옳고, 나쁜 성적이 나오면 틀린 게 된다.


정당을 팀에 비유하면, 당의 대표가 곧 감독이다. 주변의 평판이나 객관적 기록을 고려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대표가 감독처럼 선수 선발의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당에서는 이상하게도 대표의 공천권, 즉 감독의 선수 선발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실제 선수로 뛰어본 경험도 없는 사람들을 모아서 그들에게 선수 선발 권한을 준다. 이게 마치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완벽한 착각이다. 민주의 원리가 적용될 대상은 리더의 선출과정이지 그 리더의 권한과 역할이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 첫 혁신안 주요 내용_경향DB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위원회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를 제안했는데, 우선 이 발상은 위험하다. 선출직 공직자의 실력이나 공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단언컨대, 누구나 동의하는 방법은 없다. 평가 방법이나 잣대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부터 물러설 수 없는 다툼의 대상이 될 것이다. 설사 그런 방법이 있고, 또 그걸 점수화해서 후보를 교체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그 대안으로 나설 후보의 정치적 역량은 또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현역의원에 대한 평가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를 전원 외부인으로 구성하겠다는데, 이 또한 갈등의 외주화일 뿐이다. 내부인과 외부인으로 나누고, 내부인은 불순하고 외부인은 엄정하다는 구분은 일종의 자해적 기준이다. 정당이 스스로를 폄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현실정치의 동학을 잘 모르는 외부인이 어떤 정치인이 뭘 잘하고 뭘 잘못했는지를 적실성(relevancy) 있게 평가하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언론의 보도나 여론조사에 기댈 수밖에 없고, 외부인의 편견에 맡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후보 공천은 리더의 몫이다. 당의 대표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다. 그걸 부정해서는 강한 정당, 이기는 팀이 되지 못한다. 샤츠슈나이더, 폴스비를 비롯해 정당을 연구한 전문가들이 민주주의는 정당 내(in parties)가 아니라 정당 간(between parties)에 존재한다고 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정당은 선거에서 이겨야 하는 팀이고, 그 팀의 스쿼드(squad) 구성은 감독인 대표의 권한이다. 선거 성패에 대해 책임도 당연히 대표의 몫이다. 이걸 전제로 해야 새정치민주연합은 좋은 정당이 될 수 있다. 물론, 대표가 마음대로 하는 임의공천은 안된다. 적절한 기준과 절차·과정도 없으면 사천일 따름이다. 말하고자 하는 바는 대표의 ‘책임공천’ 원칙이다.

정당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건 거짓이고, 옳지도 않다. 유권자를 대신해 좋은 후보를 선별해서 선거에 내놓는 일은 정당의 존재이유 중 하나다. 그걸 안 하겠다면 정당이 왜 필요하랴. 유권자는 거짓 수사에 속지 말고 제대로 된 공천을 요구해야 한다.

이철희 |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