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한 개그보다 아재개그가 훨 재미나지. 오도깝스러운 몸짓으로 까불어봐야 이맛전이나 조금 펴질 뿐. 가게 간판이 ‘맥주날드’나 ‘스티브잡술’ 정도 돼야 들어가 볼까 호기심. 연세대학교 박물관에서 김봉준, 박은태, 이윤엽, 최병수, 기독교 선수로 나까지 다섯이 그림전시를 열었는데 제목이 ‘민중미술과 영성’. 쬐끔 거창하다. 그런데 내가 찍은 사진을 보니 ‘민중미’가 빠지고 ‘술과 영성’만 찍혀 있네. 불경하나 틀린 말도 아니다. 민중미술이 자라는 동안 얼마나 많은 술을 자셨을까. 기운 빠진 화가들은 짜장면과 짬뽕만 한 젓가락 뜨고 1차에서 굿바이. 순복음교회의 건너편엔 술폭음교회가 있었노라 농을 쳤다. 이젠 이 바닥도 간이 쓸모를 다해 주저앉은 형국인가. 비아그라보다 강력한 ‘웃기그라’를 사용해보았으나 상대방은 입술만 반쯤 벙긋. 무안해서라도 얼른 헤어졌다.

세발자전거를 몰고 마을을 누비던 어린 날엔 기운이 셌다. 어디서 그런 기운이 났는지 하루종일 뛰놀고도 힘이 남아돌았지. 술을 마시지 않아도 날마다 행복한 디즈니랜드였다. 이런저런 전시로 서울에 두어주 머물고 있는데 숨도 가쁘고 힘이 많이 달린다. 홍삼캔디라도 먹어야 하나. 사거리에 ‘인력시장’이라고 적힌 간판이 보인다. 인력이라 함은 사람의 힘, 사람의 노동력을 가리킴이겠다. 벽에 매대기라도 치게 할라치면 숭굴숭굴하게 생기고 살팍지게 생긴 사내를 하나 낚아와야 한다. 나를 글이나 쓰는 산송장으로 아는 사람도 있을 텐데, 시골생활이 오래라 팔뚝이 굵고 일손도 야무져서 부라퀴라 할 만하다. 인력시장에 나가도 빠질 몸은 아닌데, 도심의 공기는 내 다리를 잡아끌고, 다급한 사람들과 만나다보니 기운이 빠진다. 밖에 나갈 때는 자르르 빼입고 나가지만 바지라도 걷으면 무릎까지 상처투성이. 산골에 살고 집을 건사하려면 그렇게 된다. 믹스커피에 밥을 말고 재봉틀 발판을 베개 삼아 눕기도 했다는 미싱 노동자에 비하면 설렁설렁 사는 거지만. 솔길을 걷고 가을바람 불면 ‘인력’이 생길까. 인력시장에 팔릴 만큼 힘이 생기진 않더라도, 우리들 조금만 힘을 내자.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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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