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을 살피시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남북 문제 해결과 적폐청산 등 개혁적인 정책에 힘입어 집권 여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유례없는 압승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선거 이후 드러난 최근의 정부정책 방향은 많은 국민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홍장표 경제수석의 경질, 규제프리존법이나 은산분리 완화 등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 재추진, 고용지표에 대한 과도한 집착, 부동산 보유세 제도의 퇴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 방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인도 면담 등 그 증거는 도처에 있습니다. 이런 조짐은 지방선거 이전부터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최저임금법 졸속 통과가 그것입니다. 노동자의 노동서비스에 대한 보상 중 어떤 것을 기본급으로 하고 어떤 것을 별도의 수당으로 처리할 것인가는 기본적으로 노사가 결정하면 됩니다. 복잡한 임금체계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정책목표 때문에 일부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것을 수긍하더라도, 그것이 최저임금의 실질적 감소를 목표로 하지 않는 한, 감소되는 최소임금만큼은 보전해 주었어야 합니다.

혁신경제라는 이름하에 재추진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도 큰 문제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지난 정부에서 실패한 대표적인 금융산업정책입니다. 자본적정성 규제를 완화시켜 주어서 산업정책이 감독정책을 압도한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중금리 대출시장 개척’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지금의 성과는 전통적인 은행보다 나을 것이 없습니다. 정보통신기업이 은행을 경영해야 한다고 하지만,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이미 지난해 12월에 최종보고서를 통해 “인터넷 전문은행과 핀테크를 혼동”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고용증대 효과를 내세우기도 하지만 노동절약적인 ‘비대면 방식의 영업’을 핵심으로 하는 인터넷 은행이 어떻게 고용증대의 핵심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까.

혹자는 은산분리는 2002년 은행법 개정 때 도입된 낡은 규제라고 폄하하면서, 이것을 완화하는 것이 ‘개혁’이고 이것을 반대하는 것은 ‘발목잡기’라고 치부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참여정부 금융감독정책의 대표적 실패사례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는 정확히 은산분리 규제를 위반했던 위법행위인데, 그 결과는 15년이 지난 지금도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사건에서 정부가 패소할 경우 국민세금이 또 나가야 합니다. 왜 참여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시려 합니까.

개인정보보호 문제는 ‘개인정보의 자기 결정권’이라는 헌법적 권리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물론 복잡한 중복규제의 그물을 잘 정비할 필요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측면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비식별 개인정보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할 당연한 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중복규제의 문제를 별론으로 할 경우,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의 강도는 유럽의 규제와 엇비슷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다만 유럽은 지난 5월부터 종전보다 강화된 개인정보보호 규제(GDPR)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오히려 개인정보보호 규제를 완화한다는 것은 국제규제의 추세와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정보통신산업의 부흥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사람들도 있으나, 최근 정보기술의 발전은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을 상충관계로 인식하는 기존의 시각을 뛰어넘어 양자를 모두 충족하는 정보처리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암호화된 상태에서도 데이터 처리를 가능하게 하는 동형암호 기술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첨단을 걷는 분야입니다. 섣부른 규제완화는 이런 암호 기술의 발전에 오히려 장애가 된다는 점을 왜 외면하십니까.

이번 정부는 여러 가지 점에서 성공할 수 있는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참여정부라는 ‘한 번의 값진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고, ‘10년 보수정권의 실패’라는 또 다른 반면교사의 혜택도 받고 있습니다. 일부 새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청와대에 포진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대통령께서 보이는 모습은 이 정부의 성공과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국민을 믿지 않고, 관료와 재벌을 믿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반대의 목소리를 가까이하십시오. 그 속에 더 많은 진실이 있습니다. 정당한 반대의 목소리를 권력으로 내치는 자를 멀리하십시오. 그것은 지도자의 길이 아니라 독재자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국민을 믿고 앞으로 가십시오. 국민의 염원만이 바른 정책을 구현할 수 있는 정당성을 주기 때문입니다. 늘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전성인 | 홍익대 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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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