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7일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하여 사람들이 특별히 눈치채지 못한 의외의 사실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비핵화가 남북이 아니라 북·미 간의 문제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비핵화가 남북의 문제가 아니라 북·미 간 문제라고 얘기하면 친북, 종북, 북한 대변인 소리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남북정상회담이 비핵화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징검다리였다는 점에 크게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판문점선언문에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 매우 간략하게 나왔어도 사람들은 성공한 남북정상회담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건 정말 엄청난 변화다. 이제 사람들은 북한 핵이 북한 내부용이나 남침용이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가해지는 위협에 자체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개발되어 왔다는 논리를 받아들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결을 위해서 앞으로 우리는 미국과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위협을 제거하고 그 대가로 북한의 비핵화를 얻어오면 된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전제가 있다. 그건 바로 북한이라는 나라가 광적이고 혼란스러운 불량국가가 아닌 정상적인 국가이고, 또 최고 정책결정자가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라는 전제다. 왜냐하면 핵전략이라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다는 전제하에서 발전되어 왔기 때문에 북한의 핵전략이 방어용이고 억지력을 위한 전략임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북한이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국가임을 확인하여야 한다. 만약 북한이 정말 정상적이고 합리적이라는 것이 파악되면, 북한에 핵이 필요없는 안보환경을 만들어 주면 북한은 다시 합리적으로 핵개발을 역진할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북한이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행위자로서 핵개발을 해왔는지를 파악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북한 핵개발 패턴이 다른 정상국가의 핵개발 패턴과 일치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한 가지 방법은 북한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만나서 확인하는 방법이다. 물론 수집한 관련 데이터도 일관적으로 북한의 정상성과 합리성을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이미 이와 관련한 판단을 거의 종결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북한 핵개발은 충분한 폭발력을 확보하는 핵실험, 원하는 거리까지 핵무기를 투발할 수 있는 운반수단 실험, 핵탄두의 소형화·다종화·표준화를 통한 대량생산과 2차보복능력 확보 등 기존 핵무기 개발 국가의 패턴을 그대로 답습해 왔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의 지도부가 얼마나 정상적이고 합리적인지는 아마도 북한을 방문한 미국의 요원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직접 확인했을 것으로 보이며, 또 4·27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도 확인되었다. 북한은 여타 정상적인 국가가 정상회담을 하는 것과 진배없는 의전을 소화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매우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 위원장이 말한 것으로 전해지는 “무력사용은 제 손으로 제 눈 찌르기”라는 발언도 억지력 관련 핵전략을 정확히 이해하는 발언이다.

이제 남은 것은 북한이 핵을 가질 필요가 없는 외부환경을 만들고 북한 핵과 교환하는 일뿐이다. 사실 핵무기라는 것은 그 자체로 항상 위협적인 무기는 아니다. 미국의 핵무기나 영국·프랑스의 핵무기, 그리고 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의 핵무기를 우리는 위협으로 느끼지 않는다. 그 이유는 우리가 이들 국가와 전쟁상태에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정상적이고 우호적인 국가관계라면 핵무기가 있어도 위협으로 느끼질 않는다. 반면 전쟁상태에 있는 적성국이 핵을 개발하거나 보유하면 이는 엄청난 위협이다. 지금 북한의 경우가 그렇다. 그래서 합리적 행위자들 간 비핵화의 첫걸음은 전쟁상태와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우호적인 국가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종전과 평화, 수교, 신뢰구축은 비핵화의 여정에 필수적인 것이고,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은 이 문제를 매우 명확히 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에 축복을 부여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비핵화의 여정에서 북·미관계가 최소한 미국·베트남 관계 정도로만 발전해도 북한은 확실히 핵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전개과정을 보면 이미 북한과 미국, 그리고 우리는 막후에서 종전과 관계정상화, 수교, 그리고 비핵화의 여정으로 상당히 진전되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앞으로는 정상 간 합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실무적 장벽들이 발생할 때마다 정상들이 신속하게 개입하여 효과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면 된다.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해결 의지가 임기 초반부터 워낙 강하여 이번엔 정말 될 것 같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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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