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촛불혁명’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나는 촛불혁명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당연한 진리를 국민들이 국민 대표들 앞에 당당히 확인시켜준 역사적 사건이라 믿는다.

임기가 남은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대선을 통해 새 대통령을 뽑았다고 이러한 촛불혁명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촛불현장의 뜨거웠던 열기와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모습을 떠올려볼 때,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헌법 제1조의 정신이 국민 모두의 머리와 가슴에서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그날까지 촛불혁명은 계속될 것이라 확신한다.

지난 19일에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개 정당 원내대표들이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한 대선 공약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여야 대표들이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개헌이 정치권의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 야당 원내대표는 “국회 개헌특위를 즉각 가동하고 대통령도 국회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국회가 개헌의 주체임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또 다른 야당의 한 원내대표는 “대선 전 국회 개헌특위에서 민주당을 제외하고 바른정당, 국민의당이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해 합의한 내용이 있는 만큼 이를 중심으로 재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권력구조 개헌에 대한 집착을 드러냈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이분들의 말 속에는 개헌의 주체가 ‘국회’라는 생각이 공통적으로 들어있다. 아니다. 헌법 제1조에 따르면 개헌에 대한 권력도 국회가 아니라 당연히 주권자인 국민에게 있다.

우리 헌정사를 돌이켜 보면, 개헌논의가 항상 정치권에서 정치인들의 필요에 의해 촉발되고 개헌이 정치인들이 짠 정치일정에 따라 그들이 원하는 권력구조나 대통령 임기조항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문제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나중에 독재로 치달은 대통령들은 예외없이 장기집권을 위해 헌법상의 권력구조나 대통령 임기조항을 손댔다. 심지어 1987년 6월항쟁의 결과 쟁취해낸 개헌의 기회에서도 주인인 국민들이 아니라 정치인인 여야 8인 대표들이 개헌안을 만들었다. 6월항쟁에서 피를 흘린 국민들은 개헌논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것이다. 그래서 6월항쟁은 미완의 혁명으로 끝났고, 그 후 약 30년이 지나도 나아진 것 없는 답답한 현실 앞에 국민들이 촛불을 들었다.

개헌을 한다면, 이제 국민 주도의 개헌이 되어야 한다. 연초부터 국회에 개헌특위가 설치돼 활동 중이지만 국민 여론수렴은 뒷전인 모양새다.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개헌의 내용이 무엇인지 듣기보다는, 또다시 분권형 대통령제니, 의원내각제니 하면서 정치인들의 최대 관심사인 권력구조 개헌에만 몰두하고 있다.

대통령제가 문제여서 이 부분을 개헌해야 한다고 말하는 국회의원들 중에는 바로 그런 대통령을 보좌해온 분들이 없지 않다. 누가 권력구조 개헌을 통해, 말로는 ‘국민을 위한 개헌’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자신이나 자기 당의 권력 참여지분 확대에 더 치중하는지 국민들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물론 현행 헌법 제128조에 의해 개헌발의권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에게 있다. 그러나 헌법 제1조의 정신으로 이 조항을 읽으면, 개헌의 방향과 개헌안의 주된 내용은 국민들이 정하고 국회나 대통령은 이를 받아 발의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정치일정에 따라 당리당략에 따른 주고받기로 만든 개헌안에 대해 국민들이 국민투표로 찬반의사만을 표시하게 해서는 ‘국민 주도의 개헌’이 될 수 없다. 또한 국민 주도의 개헌절차를 밟다보면 당연히 개헌의 주된 방향과 내용도 국민들이 결정하게 된다.

헌법에는 권력구조 조항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본권조항, 경제민주화 조항, 지방자치조항 등 국민생활과 직결된 더 중요한 조항들이 많이 있다. 촛불현장에서 여러 차례 이야기된 국민소환제나 국민발안제는 국민이 배제되고 기존의 정치인들만 참여하는 개헌논의 과정 속에서는 결코 반영될 수 없다. 비정치인으로 구성된 헌법심의회가 우편이나 각종 소셜미디어상 시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개헌안을 마련해 낸 아이슬란드 개헌에서 볼 수 있듯이, 국민 주도의 개헌이 외국에서도 대세를 이룬다.

개헌은 국민들이 주도하게 하고, 국회와 정부는 적폐청산, 일자리 등 민생, 외교안보 안정화, 선거구제 개편 등을 통한 정치개혁에 노력을 집중하면 된다. 촛불혁명의 시작도 국민이 했듯이, 그 수행도 국민이 개헌을 통해 이루어내야 한다. 이번 개헌이 반드시 국민 주도의 ‘촛불개헌’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임지봉 |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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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