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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사태’에서 피해자가 한순간 피의자로 바뀌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지난해 말 시향사무국 직원들이 박현정 전 대표에게 인사 전횡 의혹을 제기한 것. 각종 폭언과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이었다. 폭언 등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혐의가 어느 정도 인정됐지만, 성추행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으로 박씨는 파렴치한 인물로 낙인이 찍히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부분은 조작됐다는 것이 경찰의 발표다.

영국인들의 60%가 지적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읽지도 않은 책을 읽었다고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중 가장 많은 대답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라고 한다. 왜일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세계가 현실을 소름 끼칠 정도로 정확하게 예측했고,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빅브러더’니 ‘감시사회’의 원전(原典)이자 고전인 소설을 읽지 않았다는 힐난이 두려웠기 때문일지 모른다. 감시사회를 언급하려고 조지 오웰의 <1984>를 빼어든 게 아니다. 이번 서울시향 사태를 접하면서 감시사회 한 편에서 벌어지는 정보조작과 왜곡이 난무하는 우리 사회의 취약하고 치명적인 모습 때문이다.

주인공 윈스톤은 과거의 신문 등 모든 저작물을 오늘의 상황에 맞게 정정했다. 그런 방식으로 당의 모든 예측이 적중했음을 기록적으로 입증했다. 결국 그는 역사를 조작하고 있었다. 조지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라는 자전 에세이에서 “역사가 실제 일어난 일이 아니라 ‘당의 노선’에 따라 일어났어야 하는 대로 기록되는 것을 보았고, 싸움이 벌어지지도 않았는데 대단한 전투가 있었다고 보도하고 총성 한번 못 들어본 이들을 영웅으로 마구 치켜세우는 것도 보았다”고 적었다.


계속되는 가뭄으로 피해가 확산되자 정부가 22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 소방방재청 등 7개 부처가 참여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있다._경향DB


그렇다면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전두환 정권 시절 안기부는 정보를 조작, 수지김을 간첩으로 몰았고, 그를 죽인 김태식을 생체인식 벤처기업인 ‘패스21’의 대표로 만들었다. 세월호 침몰 당시 한 석간신문 초판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학생 325명과 교사들이 모두 구조됐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미확인, 잘못된 정보로 인해 구조가 늦어지고 안이하게 대응하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신문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인용했다고 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사실상의 정보교란행위였다.

정보조작과 교란, 왜곡은 개인은 물론 사회와 국가에 큰 위기를 가져다줄 수 있다. 허위, 루머, 괴담, 잘못된 정보는 스모그나 매연처럼 가상공간을 교란한다. 나아가 사회경제, 국가의 시스템까지 교란시키고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디지털시대에서는 그 정도가 심각하다. 컴퓨터네트워크가 만일 우리의 디지털자아를 지워버린다면 우리는 사회적 존재를 박탈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주민등록번호가 말소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정치권력의 정보조작과 왜곡 못지않게 위협적인 것은 기업권력이다. 기업권력은 돈으로 장악한 언론이나 자체 연구소 등을 통해 권위 있는 지식을 생산·유포시킨다. 이것은 설사 조작됐더라도 때로는 진실이 되기도 한다. 우리 시대 조작·왜곡된 정보는 필터링 없이 뇌에 입력된다.

정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권력은 정보 독점과 지배에서 비롯된다. 총, 칼에서 권력이 나오던 시절은 지났다. 소설 <1984>에서 주인공이 역사를 조작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왜곡된 이미지를 만들고 시각화된 언론과 광고가 우리를 지배하게 된다. 또 생각 없는 개인들은 확인도 안된 정보를 SNS를 통해 유포시기고 이것은 리트윗 등을 통해 확대·재생산된다. 결국 우리는 거짓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고, 나아가 진실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

빅데이터 세상의 진입로에 와 있다. 특히 문자, 영상데이터 등 규모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가 생산되는 빅데이터 환경이 도래하고 있다. 구글글라스나 첨단글라스 혹은 눈동자에 삽입되는 특수칩이 데이터를 저장하는 디지털디바이스가 될 것이다. 눈동자에 삽입되는 특수칩은 눈앞에 보이는 현상을 실시간으로 메인 컴퓨터에 전한다. 쉽게 말해 눈동자에 삽입된 칩이 블랙박스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10년 안에 상용화될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데이터수집, 분석이 범죄자의 흔한 오락이 될지도 모른다, 기업이나 정치권력은 자신에게 불리한 기록을 없애버리려 할 것이다.

우리는 정보의 통제나 지배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조작된 정보라면 더욱 그렇다. 능동적으로 정보의 가치와 진위를 선별할 수 있는 지혜를 키워야 한다. 해커와 시민들은 기업, 정치권력의 정보통제를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 비록 <매트릭스>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의 삶 자체가 인공지능 컴퓨터시스템이 우리 뇌 속에 심어놓은 거대한 환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더라도 말이다.


최희원 | ‘해커묵시록’ 작가 ·인터넷진흥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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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