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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4차 산업혁명 이야기가 뜨겁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신설하고 사물인터넷(IoT)망 구축 등을 포함한 과학기술정책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규제를 개혁하고, 창업 드림랜드와 스타트업 특구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 왜 시작했는지에 대해서 고민이 깊어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고민은 2009년 오바마 행정부의 ‘리메이킹 아메리카(Remaking America)’라는 슬로건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제조대기업들은 생산원가의 압박과, 글로벌 기업을 유치해 고용을 늘리겠다는 아시아 국가들의 노력으로 해외로 나섰다. 군수산업을 제외한 제조업 분야를 별 신경쓰지 않으며 금융자본만 키워온 부시 행정부의 기조까지 겹쳤다. 제조업 생산을 이끌던 러스트 벨트의 실직이 만성화 됐다. 실리콘밸리의 IT기술을 제조대기업에 최대한 접목하는 방식으로 방향이 잡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다시 어떻게 제조업을 본국으로 데려올 수 있을까”가 미국 고민의 출발이다.

사물인터넷(IoT), 사이버물리시스템(CPS)을 먼저 정착시켜온 독일 ‘인더스트리 4.0’의 고민도 제조업이 시작이다. BMW, 메르세데스 벤츠로 대표되는 고부가가치 제조업을 선도하면서도 한국과 중국 등 후발주자에 쫓기면서 이윤 압박을 받는 상황이 있었다. ‘히든 챔피언’으로 불리는 중소기업들과 대기업 간의 연계망을 효율적으로 엮어내고, 공장 내부에서 사람이 하던 공정 간 연계를 고도의 생산기술과 SAP 등의 정보기술을 결합해 푸는 것이 스마트팩토리의 구상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4차 산업혁명 이야기는 IT산업을 다시 육성하자는 플랜에 가깝다.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IT산업의 지혜를 끌어오자는 메시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시급한 고민은 엔지니어들이 당면한 문제를 슬기롭게 푸는 데 있다. 제조업 엔지니어링 역량 축적부터 다양한 산업의 엔지니어들이 함께 협업할 수 있는 방안까지 고민해야 한다. 선진국에선 STEM(과학·테크놀로지·엔지니어링·수학) 역량을 갖춘 엔지니어를 학교가 길러내고, 관록 있는 선배 엔지니어가 코칭해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대기업에서 승승장구하지 않더라도 엔지니어들은 사내벤처 등을 통해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업계 ‘선수’들은 다 아는 알짜 중견기업 또는 ‘강소기업’으로 길러낸다.

반면 한국에서 제조업 엔지니어어의 미래는 ‘치킨집’으로 상징되는 암울함이다. 엔지니어들은 늘 미래에 대해 걱정한다. 산업도시 근무도 기피하게 되는데, 단순히 ‘시골’이 싫어서가 아니라 ‘현장’에만 있다가 ‘우물 안 개구리’가 될 것이라는 공포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 엔지니어는 채용이 적고 입사해도 ‘현장 정서’ 때문에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 퇴근 후 교류의 장이 ‘밋업’(meet-up) 같은 네트워킹이 아닌 선배들과 ‘팀워크’를 다지기 위한 회식자리가 주라는 점도 압박이다. 일을 효율적으로 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기보다는 혹사로 때우는 일하는 방식도 여전하다. 40대가 되어 새로운 아이디어가 고갈되고 회사에서 밀려나면 그 경험은 축적하지 못한 채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기다릴 뿐이다.

제조업 구조조정은 4차 산업혁명과 무관하지 않다. 제조업 공정 상류부문(R&D, 설계)을 분사해 엔지니어링 회사를 만들 수 있고, 스마트팩토리 도입을 통해 자동화로 생산의 고도화를 할 수도 있다. 그때 현장에서 소외되고 회사를 나갈 확률이 높은 시니어 엔지니어들에게 어떤 몫을 줄 것인가? 새로 유입되는 ‘많이 배운’ 엔지니어들과 현업의 키를 쥐고 있는 중견 엔지니어들에게는 어떤 성장의 전망을 보여줄 것인가? 대선후보들은 엔지니어들의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듣고 꼭 필요한 방안을 찾아낼 때가 아닐까 싶다. 산업진화든, 구조조정이든, 미래산업 양성이든 시간이 별로 없다.

양승훈 | 문화연구자·경남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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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