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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인의 산문을 보니 이런 문장을 인용해 놓았다. 꽃이 아름다운 건 땅에서 이만치 떨어져서 피어 있기 때문이라고. 보일락 말락 줄기나 가지 끝에 수줍게 달려 있는 봄꽃을 맞닥뜨리면 그런 실감이 든다. 수학적 모델을 이용하여 한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산은 땅을 x축으로, 나를 y축으로 하는 시공간이다. 그 아득한 시공간의 x축에서 이만치, y축에서 저만치 서로 교차하는 좌표에서 미지수로 피어난 꽃. 그리하여 낯선 여인의 습격을 받듯 발등을 때리거나 가슴팍을 찌르기에 더욱 사무치는 아름다움이 아닐까.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소월의 ‘산유화’에서 ‘꽃’만큼이나 핵심적인 시어가 있으니 ‘저만치’이다. 자연과 인간 사이에 놓인 거리의 표시일까. 꽃이 되지 못하는 몸이 느끼는 안타까움의 표현일까. 미당 서정주는 저 부사의 의미를 이렇게 짚기도 했다. “저 수세(守勢)의 난처한 아름다움.” 미지수로 피어난 꽃과 저만치 피어난 꽃을 생각할 때 저절로 떠오르는 건 단연 진달래이다. 우리 사는 세상의 높이와 깊이가 산에서 비롯할진대 만약 그 산에 진달래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그건 산이 없다는 것과 같은 상태가 아닐까. 많은 다른 꽃들한테 참으로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진달래는 이렇게 대접해 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 옛날 산으로 소먹이 구하거나 나무하러 다닐 때 참 억수로 따먹었던 진달래, 꽃 중의 꽃이기에 참꽃이라고 했던 진달래, 당장 어느 산에 가더라도 몇 발짝 만에 만날 수 있는 진달래. 아니 만나려야 아니 만날 수 없는 진달래, 몇 번을 만나도 싫증이 나기는커녕 외려 더욱 얼굴을 비비고 싶은 진달래.

화양연화인 듯 늘 저만치 피어 있는 진달래 꽃잎 하나에 지난 시절을 올려두고도 싶었다. 하지만 습자지처럼 쉬이 찢어지기도 하는 진달래. 그래서 더욱 가슴을 문지르게 하는 진달래. 꽃 앞을 지나칠 때면 내가 꽃을 보는 게 아니라 꽃이 나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진달래. 다시 한번 더 진달래, 진달래과의 낙엽관목.

이굴기 | 궁리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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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