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가 다가오면서 정상회의장 주변에 높이 2.2m의 방호벽을 쌓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연인원 40만 명의 경찰을 동원한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외국에서 귀한 손님들이 오신다고 하니 경호에 만전을 기하는 것을 가지고 특별히 트집 잡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외국의 손님을 모신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될 것이고, 혹시 자신들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외국의 손님을 핑계로 하여 이루려고 하여서도 안 될 것이다.

 

G20 정상회의를 위한 정상이 아닌 특별법

 

지난 5월 19일 국회에서는 ‘G20 정상회의 경호안전을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통과되었다. 

특별법은 지난 4월 7일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김정훈 의원 명의로 발의 되어, 4월 27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상정돼 처리된 법안이다. 

운영위원회 당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항의의 뜻으로 모두 회의를 보이코트하였고,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혼자 남아 법 내용의 부당성과 입법과정상의 절차적 문제점에 대해 항의한 바 있다.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에서 1일 열린 ‘지향성 음향장비’ 시연회에서 참관하던 경찰과 취재진이 귀를 막고 있다.
 
지향성 음향장비는 매우 강한 소음을 내며 레이저빔처럼 좁은 영역에 소리를 발사할 수 있어 안전성이 우려된다. 
경찰은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 장비를 도입하기로 했다. /경향신문 박민규 기자


특히 특별법은 운영위 상정 전날까지만 해도 6월 국회에서 논의한다고 합의되어 있었으나, 갑자기 여야 교섭단체 합의를 거쳐 수정안이 운영위원회 회의 시작 불과 30분 전에 의원실로 제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해당 법안에 대한 공청회가 개최되지도, 전문위원의 검토보고가 작성되지도 않았을 정도로 기본적인 입법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특별법이 가지고 있는
 진짜 문제는 입법절차를 무시하였다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이 위헌적이라는 점이다.

특별법은 차관급인 대통령 경호처장을 경호안전통제단의 단장으로 삼고 있는데, 이 경호안전통제단장이 경호안전지역을 설정해 검문검색, 출입통제 등의 활동을 할 수 있고,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하 ‘집시법’)에도 불구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만 하면 바로 집회와 시위도 전면적으로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군대를 자유롭게 동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특별법의 문제점 중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능성, 검문검색의 강화 및 민주적 통제절차 없는 군대의 자유로운 동원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자.


회, 시위의 자유에 대한 침해


특별법 제5조에 의하면 경호안전통제단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경호안전구역을 지정할 수 있고, 제8조에서는 이렇게 지정된 경호안전구역 내에서의 집회나 시위에 대해서 경호안전통제단장이 교통소통, 질서유지 등 경호안전업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한을 요청하여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경호안전통제단장의 요청을 받은 관할 경찰관서의 장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경호안전구역 안에서의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결국 경호안전통제단장이 집시법상 허용될 수 있는 집회의 경우에도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금지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현행 집시법은 모든 집회에 대해서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고(제6조), 이렇게 신고된 집회가 폭력이 예상되는 집회(제5조), 교통 소통에 방해가 될 것 같은 집회(제12조), 소음을 크게 발생시키는 집회(제14조)라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금지할 수 있는 조항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현행 집시법만으로도 이미 특별법이 달성하려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법 제8조는 경호안전통제단장이 필요하다고 판단만 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어도 어떠한 형태, 방법, 목적의 집회나 시위도 모두 전면적으로 금지할 수 있기에, 기본권을 제한할 때 지켜야 하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나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하여 위헌성이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



자의적인 검문검색


최근 경찰의 무분별한 불심검문으로 인한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6월 29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경찰의 불심검문 관련 진정은 2006년 7건에서 2007년 27건, 2008년 36건, 2009년 37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올해도 지난 5월까지 19건이 접수됐다. 관련 상담도 2006년 17건에서 지난해 51건으로 3배가 늘었다. 대표적인 이유는 아마 경찰의 성과주의 덕분일 것이나 G20 정상회의를 위한 대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특별법은 경호안전구역을 지정한 후 해당 경호안전구역 내에서 ‘질서유지, 교통관리, 검문·검색, 출입통제, 위험물의 탐지 및 안전조치 등 위해방지에 필요한 안전 활동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6조).
문제는 특별법이 이렇게 폭넓은 검문권을 규정하면서도 검문검색의 요건, 절차 및 대상 등에 대해 특별히 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경호안전구역 내에서는 불심검문을 포함한 검문이 폭넓게 행해지는 반면에 자의적인 검문권 행사로 인해 국민들의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여진다.


민주적 통제없는, 군대의 자유로운 동원


특별법 제4조에 의하면 ‘경호안전통제단장이 경호안전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행정기관의 장 등에게 인력 동원 등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호안전통제단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군대까지도 동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대통령 경호처가 “(동원 협조 요청에) 군이 포함될 수 있다”고 확인해 준 이상 이는 지나친 확대해석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ASEM(아셈)이나 APEC(에이팩) 같은 국제회의 등 대규모 국제행사를 여러 차례 치루어 왔지만 군대를 동원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군대를 동원해야 한다고 논의된 바조차도 없었다1)
우리의 헌정사 그리고 경험은 ‘군대를 시민사회의 문제에 개입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큰 교훈을 주었고, 그러한 교훈이 우리 헌법 등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불과 1박 2일의 정상회의를 이유로 군대까지 동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그 자체가 과잉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렇게 특별법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 자체도 문제될 수 있지만,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군대를 동원하거나 해제하는 데 있어서 민주적 통제절차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특별법이 민주적 통제없이 군대를 자유롭게 동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의 문제점은 적의 침투로 인한 혼란(군사적 위기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통합방위법’과의 비교를 통해 더욱 분명하게 알 수 있다.



통합방위법과 G20 특별법의 비교


먼저 통합방위법의 경우 통합방위사태를 선포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 또는 시, 도지사 등 민주적 선출과정을 거쳐 민주적 통제가 가능한 지위의 자들에게만 부여하고 있다(제12조).
그러나 특별법의 경우에는 민주적 선출과정을 거치지 않은-심지어 인사청문회 등 인사과정에서 최소한의 민주적인 감시나 통제도 없었던-일개 차관급 행정관료가 군대를 동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통합방위법의 경우 대통령이 통합방위사태를 선포할 경우에 사전에 국무총리 산하의 중앙 통합방위협의회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의 권한남용을 막기 위하여 비상사태의 관장을 대통령이 독단으로 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특별법의 경우 이러한 사전 논의절차가 전혀 규정되어 있지 않아 경호안전통제단장의 독자적 판단으로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게 될 수 있다. 


그리고 통합방위법의 경우 통합방위사태가 선포된 이후에도 대통령이나 시, 도지사로 하여금 국회나 시, 도의회에 즉시 통합방위사태의 선포에 대해 통고하도록 하고 있다(제13조). 이 역시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국회 등의 견제역할을 인정하여 대통령 등의 전횡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특별법의 경우에는 이러한 통고조항도 없어 사후적으로나마 민주적 통제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통합방위법의 경우 통고를 받은 국회나 시, 도의회가 통합방위사태의 해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제14조), 이 경우 즉시 통합방위사태가 해제되는 것으로 하여 전쟁이나 군사위기상황에서조차도 국회의 절대적인 권한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특별법의 경우에는 국회나 시, 도의회 등의 해제요구뿐 아니라 해제에 대해서는 일체 정함이 없다. 결국 일단 경호안전통제단장이 군대를 동원하면 민주적 통제를 통해 동원된 군대를 되돌릴 방법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적이 침투하여 국가가 총력전으로 이에 맞서야 되는 상황을 전제로 한 통합방위법조차 대통령 등의 권력남용과 독단을 막기 위하여 2중, 3중의 민주적인 통제절차와 방법을 구비하고 있는데, 특별법은 전혀 그러한 고민을 담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로 인해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 과연 터무니 없는 것일까? 제대로 된 민주적 통제절차 없이 군을 시민사회의 문제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작은 것을 이루기 위해 큰 것을 놓치는 것이 될 수 있다.


물론, 특별법에 대한 한나라당의 논평을 보니 영국은 2차 G20 회담 때 15,000명의 군을, 미국은 2009년 G20 회담 때 주 방위군 16,000명 동원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미국이나 영국과 우리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군대의 쿠데타로 인해 민주정부가 전복되고, 수많은 사람이 희생당하고, 또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민주주의가 말살되었던 적이 있는지?!
올해가 바로 5.18 광주민주항쟁의 30돌이었다. 우리나라의 어떤 시민이 군대가 무장을 하고 시민과 대치하는 것을 보고 싶어하겠는가? 


G20 정상회의를 이유로 한 다른 법률개악


이런 특별법의 문제와 더불어 G20 정상회의를 이유로 하여 최근 진행되고 있는 다른 법률에 대한 개정작업 역시 국민의 기본권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꼭 짚어야 할 필요가 있다.


집시법 개정의 경우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특별법에 의하여 경호안전통제단장이 필요하다고 판단만 하면 어떠한 집회도 이유 불문하고 금지할 수 있기에 쓸데없는 사족을 하나 갖다 붙이는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20 정상회의를 이유로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려고 하는 것은 G20 정상회의 이후에도 집회를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싶은 정치적 욕구의 발로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경직법의 경우도 특별법에 의하여 경호안전통제단장이 경호안전구역을 지정하면 해당 구역에서는 검문검색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기에 G20 정상회의를 이유로 경직법을 개정한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걱정은 위와 같은 일련의 입법작업이 마쳐지게 되면 사회는 아주 조용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는 문제가 없어서 조용한 것이 아니라 문제제기를 할 수 없어 조용한 것일 것이다.


결국 특별법은 국민의 기본권 중에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집회나 시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고, 민주적인 통제절차 없이 일개 행정관료가 군대를 동원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우리 헌정사의 불행했던 역사를 되풀이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경우에도 특별법이 전체주의적 사고에 기반한 것이라고 하면서 "G20회의와 같은 국제회의를 한다고 특별법을 만들기 시작하면 앞으로 대형 국제회의를 할 때마다 특별법을 만들어 갈 것인가"라고 문제제기 했고, “기존 법을 가지고도 질서 유지를 할 수 있는데 특별히 테러나 집단 소요가 예상된다면 이에 대한 경비 경계 태세를 완벽하게 갖추면 될 것"이라고 한 바도 있다.


이번 특별법이나 다른 법률안의 개정작업을 통해서 한나라당이 가지고 있던 ‘집회나 시위는 기본권의 행사가 아니며 범죄다’라는 기본권관과 ‘국민은 잠재적인 폭도’라는 폭민관 등이 다시 한 번 표현된 것 같다. 특별법은 지금이라도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 기본권에 심대한 침해를 야기할 수 있는 집시법 개정이나 경직법 개정 역시 중지되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월간 <참여사회>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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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