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한 명이 뇌졸중 진단을 받았다면 어떤 상황일까. 가족의 삶은 이전과는 다른 풍경과 마주할 것 같다. ‘돌봄’은 이제 개인과 가족이 감당할 수 없다. 누구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상황은 생기기 마련이다. 보살핌은 개인의 몫이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많은데 그 서비스는 모두 민간에 맡겨져 있다. 어린이집부터 유치원, 아동센터, 요양 및 장애시설까지. 우리 주위 모든 사회서비스는 공공이 아닌 민간시설뿐이다. 그나마 보육과 요양시설 일부를 국공립이 맡고 있는 정도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가 사회서비스공단이다. 공단은 2010년 지방선거 때 ‘복지서비스인력공단’이라는 용어에서 착안되었다. 그 후 서울시에서는 요양서비스 등 종사자 노동조건 개선 방안으로 제시되었다. 사회서비스 공공성 확보와 고용의 질 개선을 위해 사회서비스재단이 검토되었다. 그런데 2017년 대선 국면에서 문재인 대통령 공약과 국정과제에 공공인프라와 일자리 창출에 녹아들면서 논의가 본격화된 것이다. 문제는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의 필요성과 달리 그 방향과 틀을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공단 설립은 취약한 사회서비스를 본질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기획이다.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와 좋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서비스 질을 높이자는 취지다. 그간 열악한 노동조건과 고용불안, 비전문성과 재정취약성 등의 이유로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전문성부터 교육훈련 시스템 부재와 민간위탁 운영까지 아직도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다. 게다가 사회서비스 돌봄노동은 ‘좋은 일자리’라기보다는 비정규직의 ‘그저 그런 일자리’가 더 많았다. 사회서비스공단은 시민과 수혜자들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공공 인프라는 유기적이고 총체적인 학습을 통해 민간보다 좋은 서비스가 가능하다. 체계화된 실습 중심의 직무교육과 다양한 프로그램은 민간시장과는 다른 혹은 차별화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사회서비스공단 노동자들은 저임금 불안정 노동에서 벗어난다. 현재는 임금이 낮고,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고, 휴가 등 최소한의 권리도 인정받지 못한 상태다. 보육교사 휴가는 아이들 방학기간이며, 요양보호사는 그 자체를 상상조차 못하는 분들이 다수다. 요양보호사나 장애인활동보조인 10명 중 9명은 비정규직이고, 급여는 100만원 남짓이다. 어린이집 교사 임금은 178만원 수준으로 광역지자체 생활임금에도 못 미친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가 사회서비스 공단 설립의 법적 규정과 예산보조를 지원해야 한다. 지자체 재정 상황을 볼 때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이 없을 경우 공공성을 담보하기는 쉽지 않다. 과거와 달리 보편적 서비스는 “서비스와 수혜자의 몫을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향후 공단 설립은 일정 규모 이상의 지역 운영을 기초로 설계될 필요성이 있다. 예를 들면 신규, 위탁 만료, 재정운영 비리, 법률 위반 시설 등을 우선 검토할 수 있다. 광역이나 권역별 공단 운영은 노동자의 주거이전 과정에서 퇴사가 아닌, 인사이동 배치를 통해 고용안정성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학계는 민간시장 의존이 심한 사회서비스에서는 좋은 돌봄이 불가능하기에 전달체계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는 이유를 꼽는다. 요양보호사나 보육교사의 열악한 노동현실을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간 시장중심의 복지서비스는 제도적 진척이 없었다. 현재 복지부 논의 초안은 공단이 아닌 진흥원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공공이 아닌 민간지원을 고려한 것인데 국정철학의 후퇴다. 돌봄은 개인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차별적으로 제공받거나 제공하는 것이 아닌 보편적 권리여야 한다. 사회서비스공단 설립과 같은 노력이 우리 사회 전체를 바꿀 수는 없을지라도, 공공이 돌보고, 변화하기 위한 첫 시작이다. 사회서비스공단은 돌봄을 사회와 시민이 함께 풀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국회와 보건복지부의 답을 듣고 싶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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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