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제출을 두고 그 편성 요건의 적법 여부에 관한 일단의 논쟁이 일고 있다. 이는 새로운 정부가 추경 사유로 표방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이 현행법이 규정하고 있는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헌법 제56조, 국가재정법 제89조 제2호)에 해당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현행 헌법과 공직선거법 등에 따르면 새 대통령의 선출일은 12월19일이며 다음연도 예산안 통과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2일, 새 대통령의 임기 개시일은 다음해 2월28일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이미 회계연도가 개시되어 1분기가 지난 5월9일이었지만 논거는 같다. 이에 따르면 전 정부와 국정철학이 전혀 다른 새 정부가 전 정부가 편성한 예산을 그대로 집행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이러한 모순된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하여 정권 교체 때마다 발생할 것이다. 대단한 입법 불합리로서 개선되어야 마땅하다. 이를 위해선 헌법이나 국가재정법 등을 개정해 추경편성 사유에 ‘새 정부 수립의 경우’를 추가해야 한다.

참고로 미국의 예산과정을 보면, 대통령예산서 제출기한이 매년 2월 첫째주 월요일이지만 1월20일 취임하는 새 대통령이 1주일여의 시간 안에 예산서를 제출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법정기한을 넘기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93년 1월20일 취임해 2월17일 간단한 보고서를 제출했고, 4월8일 정식 예산서를 제출하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1년 2월28일 간단한 기초서류를 제출하고 역시 4월에야 정식 예산서를 제출했다. 이처럼 새 정부가 그들의 예산을 새로 편성하여 제출할 수 있도록 법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미국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김인철 | 국회의정연수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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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